해낸 거야? 해낸 걸까? 그 고생이 열매 맺고
버려진 내 시간이 버려진 게 아니었어?
기쁨에 타오르다가 넘어져서 다 흘렸네
― A35. 결국에는
걸레를 쥐어짜듯 세면대서 손빨래한
내 얼굴이 찡그러져 한 점으로 모여버려
물 짜내 건조하기 위해 사람 보며 말려 봐
― C32. 삭막하기도 하지
네 처지가 부럽구나 부서진 유리조각
화합물의 통제 없이 견고히 묶여 있어
별빛을 품지만 않고 모두에게 뿌리고파
― D37. 유리 조각 갈망
쏟아지는 태양열에 만물이 신음하네
사람도 잎사귀도 누렇게 말라가고
한증막 되어버린 내 집에서 서글프게 쪄지는 나
― F30. 아비지옥
똑바르던 흰 책장들 제각기 뒤틀려서
책의 형태에 기대 겨우겨우 서있지만
언제나 곧을 거라고 기대할 순 없겠지
― B14. 책장이 먼저일까
끝낸다 끝낼 거다 말만 하고 미뤄두는
저 행동 참지 못해 끝내주려 찾아가다
손바닥 발바닥이 되게 비는 꼴에 관뒀어
― E26. 내가 내게 하는 사과
땅 아래서 길 밝히는 규칙적인 별들 있어
하나씩 스쳐가며 한없이 다가오네
구태여 인사 건네면 지친 대답 돌아오네
― D34. 연중무휴 어둠을 몰아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