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에 맺힌 물방울에 선풍기 바람을 쐐 떠나가는 수증기가 날카롭게 저미지만 반대로 아픔에 내 심장은 따뜻해져 위안이 돼 ― F20. 여름 샤워
도로가 울렁거려 메스껍다 도와달래 버스 안의 내 시선은 냉방만큼 차가워서 토한다 말해놓고서는 도로 입을 다물어 ― B29. 지만 덥대?
품은 것이 가득이라 배 불러서 못 움직여 시작은 하나지만 어느새 수백이라 무거워 누워있어도 계속해서 품게 돼 ― B30. 품은 몸이라
오르고 내딛어도 정상은 안 보이고
왔던 길 돌아보면
천 길이 열 길 되고
한숨이 새어나오길래
손가락을 녹였다.
― D36. 러닝머신인가 우공이산인가
떨어지는 유리조각 햇빛을 담아낸다 바람 따라 기울어진 직사광선 눈 찌른다 구름을 뚫고 비추는 뜨거운 해 객쩍다.
― F33. 비를 뚫는 태양
해 아래 모든 사람 팔짱 끼고 화목하니
우리가 모두 같아 벗어나는 사람 없네
모두가 동일하게만 있으라고 해가 말해
― D38. 다 똑같다고
천 길 걸은 두 다리가 욱씬욱씬 아프단다
이렇게나 멀리 왔음 하루 정돈 쉬어야지
잠 깨고 주위 둘러 보면 어느샌가 제자리
― D43. 헛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