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끝만 다를 뿐인 같은 말이 아냐
내 마음을 찌르는 게 어떻게 같을 리가
그러니 이렇게 부탁할게 날 찌르지 말아줘
― C30. 가시를 박은
셔츠를 꽉 잠그고 나를 담아내어
벨트를 꽉 조이고 나를 가둬내어
희뿌연 먼지구름이 풍선 되어 서 있다
― D45. 매지 않으면 안 돼
순간 덜컹임에 중심 잃고 바둥거려
본능으로 내민 손에 가까스로 의자 잡혀
바로 서 한숨 돌리면 의자 아닌 남의 어깨
― A28. 부끄럽고 미안해서
들끓는 흰 안개가 푸름따라 무리짓고
파인 주름따라 거슬러 올라가네
정상에 다다르더라도 안 멈추고 승천하네
― F45. 산을 오르는 흰 강
너를 찾아내려 최적화된 나의 코에
너의 냄새 날 때마다 네 조각이 달라 붙어
그러니 그만 삼가주세요, 친애하는 수챗구멍
― A11. 견디기 힘들어
불어오는 빗줄긴가 쏟아지는 바람인가
녹색 잎이 흔들리는 방향이 어디인가
우수수 쏟아지는 소리 여기까지 찾아오네
― F46. 우산이 필요할까
아침부터 달리기를 갑자기 시작해서
잠깐 점심 먹고 배 아픈 채 계속 달려
밤 되어 드디어 누웠지만 두 다리는 안 멈춰
― B32. 끝나지를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