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뱀이 만나 삼 년간 감겼으나
말로써 못 다하는 널 향한 이 감정은
언젠가 풀어내리라 다짐하며 묻어둬
― B5. 뱀에게는 성대가 없다
할 수 있다 말해주며 멱살 잡고 끌고 와선
끝을 앞에 두고 밀치는 게 어디 있어
절벽을 굴러떨어지며 꼭대기서 눈 돌려
― C31. 탐하지 말았어야
칠 벗겨진 콘크리트 난색으로 덧칠되어
그늘진 검은 길에 사암 가루 뿌리고는
부유물 별가루 되어 밤하늘을 띄우네
― F48. 한낮의 밤
후덥지근 찌는 날씨 몇 주째 이어지나
어제도 저번 주도 다른 게 하나 없어
개구리 우물 속에서 수비드로 익어가네
― F42. 수비드솥 안 개구리
영롱하게 부유하는 무지갯빛 기름기와
눅진하게 부글대는 형형색색 가스방울
부패의 아름다움이 포근하게 안아줘
― D44. 썩어라, 다 썩어라
이미 지나간 일 무엇 하러 후회하나
어차피 못 잔 잠은 다신 잘 수 없는 거야
미련도 피곤과 아쉬움도 내려놓고 일어나자
― A36. 미련 잔뜩 남았지만
포근 포근 감싸안아 하늘을 가려줘요
독선으로 찬란한 빛 두껍게 막아줘요
지금은 지평선 너머 있어도 올 거라고 믿어요
― F28. 난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