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실수 있어 구슬에 흠이 가고
푸르른 옥구슬에 흰색 점 외롭구나
가치가 떨어져버려 외면되고 말았어
― B48. 살벌한 구슬
무심하게 창밖 보면 스쳐가는 사람사람
모두들 무얼 할까 어디로 가는 걸까
버스에 온 몸을 기대고 기운 없이 실려가
― D54. 실려 가다
온몸이 시린 것이 겨울인가 감기인가
근육이 저려오고 힘이 절로 쑥 빠지고
뱃속이 메쓱거리는 게 신물 잔뜩 올라오고
― C33. 겨울 몸살
문듯 어릴 때 본 한 공사가 떠올랐다
‘공사란 건 영원한가’ 생각 들게 느렸었다
10년이 평생이었던 그 시절은 빨랐다
― B44. 이제는 나도 느려졌어
저까지만 달려보자 목표를 정했지만
뛰다가 달리다가 걷다가 기어가도
아직도 저만치 남아있어 무엇 하러 정했나
― D46. 욕심이 너무 했네
평소같이 바닥 보고 생각없이 길을 걷다
돌연 눈에 든 건 내 앞 사람 신은 신발
어머나 신기하기도 하지 내 신발과 똑같네
― F60. 내려봐야 보이는 것
머리가 허한 건지 두둥실 뜬 기분에
남 몰래 벽을 잡고 공중을 기어다녀
비운 것 하나 없는데도 뭘 원해서 이러는지
― C47. 부족함 없이 해주지 못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