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만 잔 오늘 하루 쓸데없이 흘렀지만
잠결에 본 이 세계가 너무나도 아름다워
살포시 내민 발가락 서늘하게 상쾌해
― B36. 가장 즐거운 오늘 하루
한기가 스며들어 다리를 옥죄는 듯
옴짝달싹 못한 채로 발끝부터 얼어붙고
한 발짝 내딛으려 하면 깨질까봐 못 움직여
― F56. 너무 오래 앉아 있었나봐
무심한 눈동자와 창 너머로 마주치고
부끄러운 미소 띠워 어색하게 웃었지만
눈 돌린 네 얼굴 위엔 미동 없는 입술만이
― B41. 나인가 너인가 나인가
태양아 기브온에 달이여 아얄론에
아름다운 그 자태로 가만히 멈춰 다오
나에게 잠깐만 잘 시간을 17분만 내게 다오
― A17. 10월 12일
시간아 멈추어라 널 잃는 건 원치 않아
아름다운 네 모습을 영원토록 안고 싶다
배갯잎 키스하면서 새벽까지 함께 해
― E33. 알람의 횡포
꿈속인가 헷갈리는 몽롱한 오늘 하루
어젠가 내일인가 갈피 하나 못 잡겠고
끝없는 만화경 속에서 오직 나만 보이는걸
― D51. 똑같이 스쳐지나갈
싫은 것은 바늘이요 미운 것은 고독이라
두 눈을 찔렸는가 해도 달도 뵈지 않아
없는 이 붙잡고서는 별이 돼라 빌어봐
― C44. 별도 뵈지 않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