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꾸준하게 조금씩 해치워서
마침내 끝을 보고 종지부를 찍었지만
완료 후 밀려오는 잠에 정신없이 휩싸이고
― E27. 드디어 끝인데
푸르른 천장 아래 낙엽 하나 걸려있다
살포시 지는 잎새 지문을 그리운다
하늘이 보내준 선물 거울로만 받아본다
― F39. 울림이 좋다
두 눈을 크게 뜨고 두 귀를 쫑긋 세워
돌잔치 그저께 한 갓난애의 호기심에
잠긴 채 그대로 자란 이 본성을 못 참고
― A31. 엿듣고 말아 버렸어
심령이 어지러운 혼란한 자들에겐
복 있나니 저들 삶이 저희들의 것임이오
서로의 마음을 재면서 문란으로 클 것이라
― E30. 도량형의 문란
배 안에서 울컥대는 가스 뭉치 튀어나와
자꾸자꾸 목을 치고 입구멍을 틀어막아
누워도 누울 수가 없고 계속해서 올라와
― E23. 잠과 체
투명한 유리창 밖 수조 안의 물고기들
유리에 부서진 빛 가시 되어 가로막고
새장 속 카나리아는 물고기와 못 만나
― B37. 얼음이 녹으면 물고기 튀어오르고
이것도 또 저것도 무엇 하나 별로인데
맘에 든 것 하나 없고 언제나 차선뿐야
계속해 찾다 보면은 언젠가는 나타날까
― D50. 최적의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