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근소근 속삭이는 사악한 수면이 와
지금만은 못 잔다고 팔 휘저어 가라 해도
갑자기 내 눈꺼풀 잡고 꿈나라로 보내졌어
― A37. 자기 싫었는데
가슴속 깊게 품고 내 애처럼 고이 길러
내놓기엔 부끄러워 조심스레 보여주면
멍하니 엿보고서는 한숨으로 대답해
― D41. 말하지도 마라
뜨거운 햇빛 아래 공기는 쌀쌀하고
바람이 다가와서 옷을 여며봐도
해님이 당장 벗으라고 조용하게 소리쳐
― F64. 북풍과 태양의 신경전
머릿속에 불이 나면 숯만 남지 않는단걸
이끼가 촉촉하게 진정시켜 준다는걸
소나무 또 자라나서 송진 땜에 또 탄단걸
― A43. 머릿속 천이 과정
너와 나 머리 위의 실곤약 면사포가
“우리는 하나”라고 끈끈히 붙들어 매
손 뻗어 뜯어보려 해도 미끄러워 놓쳤어
― D42. 행하지도 마라
머리부터 차오르는 목부터 조여드는
우주가 무너지고 하늘이 눈을 죄어
이렇게 끝나는 건가 눈을 뜨면 알람 울려
― B39. 또 일어나야 하나
나가지 않았습니다
나가기 싫었어요
무거울 마음은 왜
이토록 가벼울까
죄책감 잊어버린 채
이기적인 나를 봐
― C39. 나가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