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히 일어섰다 삼 초 후에 찾아왔어
머리에 피 빠지고 눈 앞이 컴컴해져
의자에 스러지고 말아 겨우 숨을 되찾아
― A55. 잠깐의 후회
속이 후련해라 남김없이 게워내고
질질 떨어지는 토사물을 흘려대면
가슴께 아파오는 게 속 상해서 눈물 나
― C41. 다 해버렸어
완성은 벗어나는 것 내 손을 떠나는 것
미약한 시작과 끝 창대히 여기는 것
눈 돌려 잊으려고 해도 마음속에 묶인 것
― E37. 완성작
시린 공기 따뜻한 몸 무섭게도 얼어붙여
수건으로 훔치기 전 순식간에 말라붙어
차갑다 느끼지도 못하고 이만 덜덜 떨었어
― F51. 겨울 샤워
오늘은 겨울인데 이상하게 따스한데
여전히 얼어 있는 조그마한 얼음 둔덕
삶 향한 집착인 걸까 부러 밟고 넘어져줘
― A33. 동상이몽
날마다 옷 바꾸는 밤하늘의 주인이여,
뭐가 싫어 말도 없이 조금씩 멀어지오?
아하하! 달마저 우리를 저버리고 말았네!
― B8. 꼴도 보기 싫었구나
오늘은 누군가의 마지막 소원이야
그러니 부끄럼 없게 충실히 살아가자
거짓말. 그가 원하던 건 내 오늘이 아닌데
― D5. 진짜 소원도 모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