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이유없이 피식 웃음 나와
왜일까 생각하면 팟하고 깨닫게 돼
날마다 그대로인게 우습기만 했던 거야
― D25. 아하핫
나뭇가지 쌓인 눈이 손보다 두텁구나
얄팍한 가지끼리 엉겨붙어 버텨내도
매서운 바람 한 번에 내 머리에 떨어지네
― A26. 머리 위의 지뢰
너가 매라 너가 매라 서로 치며 싸우는 둘
그걸 보며 화를 내는 가방 안 맨 또 한 사람
나홀로 버려진 가방 친구 없어 외롭네
― E36. 가방의 기분은
하고 싶다 꼭 해야지 맘속으로 다져온 것
정작 하려하면 왜 이렇게 하기 싫지
이러면 나는 뭐하러 쉬는 날을 보낼까
― B53. 이것마저도 생산성 있게
일을 다 마쳐서 손을 내려놨어
멈춘 손이 몸 돌리고 내게 물어보네
그치만 내려놓아진 건 너라는 걸 모르냐고
― D48. 끝난 게 그거였다니
실없이 쪼개지는 한밤의 액정 아래
빛의 파편 쓸어담아 내일을 미뤄보자
필연을 애써 외면하며 이 순간을 즐기자
― A39. 내일을 미뤄보자
뜨겁고 건조하게 살갗을 헤집고선
말라붙은 사바나를 바싹 구워버려
열기 찬 창문 바깥엔 한겨울의 냉담함
― F69. 간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