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별과 너
벌써 새해가 되었고, 1월도 어느새 중순에 접어들었네. 있잖아, 내가 처음 이 시리즈를 시작했을 때는 '한 달에 하나씩, 저번 달에 겪은 걸 모아 다음 달 초에 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나란 인간은 미루기의 귀재인가 봐.
물론, 변명하자면 연말에도 이런저런 일로 바쁘고, 연초까지 여기저기 가느라 바빠서 도저히 글을 쓸 짬이 않났다는 변명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냥 조금 나에게 실망했을 뿐이야. 버스 광고에서 주구장창 영어 공부 광고만 틀어주는, 모두가 나아진 나를 결심하는 연초인데, 나는 시작부터 이 모양 이 꼴이라니...
그래서 급하게 쓰게 된 이번 편은 며칠 전 길을 가다가 만난 한 문구를 바탕으로 써보려 해. 나도 지나치면서 본 거라, 사진도 못 찍었고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지만, 누가 벽에 스프레이로 대충 이렇게 적어놨더라고.
우리가 밤하늘을 좋아하는 건 어둠이 좋은 게 아니라
별빛이 좋은 거야
나도 한 밤하늘 애호하는 사람인데, 밤하늘 애호가로서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는 문구더라. 마침 신년이고, 신년에는 희망찬 글, 적어도 신나는, 기분이 좋아지는 글을 써야 하지 않겠어?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밤의 별빛에 대해 써 보려고.
도시의 밤은 참 특이한 게, 흐려질수록 어두워지는 낮과는 달리 흐려질수록 밝아진단 말이지. 도시가 내뿜는 광공해가 구름을 만나 하늘을 누렇게 밝혀주니까 말이야. 그래서 다들 도시에서는 별이 안 보일 거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 도시에서도 별은 보여. 다들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쳐서 그렇지.
지구에서 봤을 때 가장 밝은 별이 뭔지 알아? 바로... 태양이야! 도시의 별처럼 다들 넘겨짚기 쉽지만, 태양도 엄연히 별이야. 물론, 보통 별로는 안 치지, 태양은 태양이니까.
어쨌든, 그 다음으로 밝은 별은 말이지... 달이야! 달은 엄밀히 따지면 별이 아니지 않냐고? 물론 '항성'은 아니지. 하지만 국어사전을 펼쳐보면 '별'의 뜻은 '우주에서 빛나는 것 중에 구름 모양이 아닌 것'이니까, 달도 따지고 보면 별이라고. 물론 '해, 달, 지구는 제외한다'고 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우리 하늘에서 가장 밝은 두 천체를 제외하면 뭐가 남을까? 만약 천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 아님 지구에서 봤을 때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를 외치겠지만, 사실 이 둘하고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밝은 별이 있어.
바로 목성이야. 무슨 소리냐고? 목성은 행성 아니냐고? 다시 위를 봐봐, 목성도 엄연한 '별'이야. 실제로 목성은 아주 밝아서, 생각 없이 하늘을 올려다 봤을 때 '저거 별인가?'라는 의심이 드는 게 하늘에 떠있다면, 보통은 목성이야. 사실, 날이 흐리지 않다면 보통은 볼 수 있어.
지구를 비롯한 행성들은 태양 주위를 도니까, 운이 나쁘면 목성과 지구 사이에 태양이 놓인 형태가 되어버려 목성을 볼 수 없긴 하지(이런 걸 합合이라고 해).
반대로 태양-지구-목성의 순서가 되면 목성이 제일 밝아져(이런 걸 충衝이라고 해). 다행히도 목성의 합 주기는 399일, 13개월 정도라 합도 금방 지나가 버려서, 보통은 목성을 볼 수 있어.
또 목성은 엄청 큰 만큼, 지구에서 봐도 무척 커. 점처럼 보이는 다른 별들과는 다르게 면적이 느껴질 정도야. 이렇게나 큰 목성이니, 당연히 태양빛도 많이 반사해서 굉장히 밝게 빛나. 그래서 도시를 걸으며 별이 보인다면 십중팔구 목성이야.
"자기야, 저 별은 무슨 별이야?"
"목성이야."
얼마나 로맨틱 하니?
어쨌든, 사실 하늘에서 가장 밝은 건, 사실 목성이 아니야. 아주아주 유명한 별이 하나 있거든. 모든 이들에게 그림자를 드리우는 떠오르는 샛별이자, 하늘에서 떨어지고 땅에 넘어진 루시퍼, 금성이야.
금성은 그 유명세대로, 실제로 하늘에서 (해와 달을 빼면) 가장 밝은 별이야. 아무리 어두워도 목성보다는 확실히 밝지. 하지만 의외로 금성을 보기는 쉽지 않아. 왜냐면 우리가 별로 하늘을 보지 않을 때 뜨거든.
금성은 내행성, 즉 지구보다 안쪽에서 태양을 도는 행성이야. 그 말은 우리가 금성 방향을 보면 언제나 태양이 근처에 있다는 뜻이지.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태양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떠올려 봐. 태양은 낮과 밤을 가르는 존재잖아. 금성이 언제나 태양 근처에 있다는 뜻은, 금성은 낮에만 볼 수 있다는 거야.
물론, 금성은 그나마 태양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서 밤에만 뜨진 않아. 태양보다 먼저 뜰 때는 동이 트기 전 새벽에 볼 수 있고, 태양보다 늦게 질 때는 노을이 질 때 볼 수 있지. 대략 해가 보인 뒤/보이기 전 한 시간 정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돼.
금성은 무지 무지 밝아서, 목성과 마찬가지로 뜨기만 하면 보지 못할 일은 없어. 날이 흐리지만 않다면 말이지. 금성은 내행성이라서, 목성과는 다르게 충과 합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아. 대신 지구-금성-태양이면 내합, 지구-태양-금성이면 외합이라고 부르지.
당연히 외합과 내합일 땐 금성을 볼 수 없어. 태양이 가리거나, 태양빛에 가려서 보이지 않으니까. 오히려 금성이 옆으로 좀 빠져줘야 태양과 멀어져서 잘 보이지. 하지만 금성의 합 주기는 584일, 19개월 정도라서 한 번 안 보이면 꽤 오랫동안 안 보여. 물론 몇 달 지나면 다시 보이겠지만.
말이 길어졌는데, 어쨌든 금성이 이토록 밝은데도 우리가 잘 보지 못하는 이유는 시간대 때문이야. 낮에는 태양 근처에 있으니 당연히 안 보이고, 4시의 새벽이나 7시의 저녁에는 도저히 고개를 들 기운이 없으니까. 다만, 오히려 겨울에는 금성을 보기가 쉬워.
겨울에는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니까, 7시의 아침이나 4시의 오후에는 금성을 볼 수 있지. 그나마 이때는 고개를 들 기력이 아주 조금 있긴 하잖아?
그런데, 내가 말해놓고도 민망하긴 하지만 지금은 금성을 볼 수 없어. 지금은 금성과 외합(1월 6일)인 시기거든. 그리고 말한 것처럼 금성의 합 주기는 조금 긴 편이야. 그러니까 지금은 금성이 태양 뒤를 지나가고 있다는 뜻이지. 물론, 몇 주 뒤면 태양을 지나 다시 볼 수 있게 돼.
2월이 되면 해지기 직전에 아주 조금, 그것도 해지는 곳 주위에 건물이 없어야 볼 수 있을 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잘 보이고, 오래 보일 거야.
다행히도, 지금 지구는 목성과 충(1월 10일)을 이루고 있어! 그 말인즉슨 목성이 무지 밝을 때라는 거, 그리고 태양이 질 때 떠서 태양이 뜰 때 질 거라는 말이야. 밤 동안 계속 목성을 볼 수 있다는 거지! 그리고 12시쯤에는 머리 위에 떠 있을 거고.
아쉽게도 금성은 조금 시간이 지나야 볼 수 있겠지만, 목성은 지금도 볼 수 있어. 그러니 가끔씩, 아니 자주 밤하늘을 올려다 보는 건 어때? 밝게 빛나는 별을 만날 수 있을 거야. 아무리 탁하고 희뿌연 도시의 밤이라도 볼 수 있는 별을 말이지.
그러면 다른 행성들은 어떨까? 먼저 해왕성과 천왕성은 너무 어두워. 얘네는 어둡고 공기 좋은 산에 가도 보기 힘들어. 수성은 태양에 가장 가까이 있는 만큼 엄청 밝을 것 같지만, 의외로 어두워. 수성의 표면은 고운 먼지로 덮여 있어서, 빛을 잘 반사하지 않고, 무엇보다 무지 작거든. 그래서 수성을 보긴 쉽지 않아.
그럼 토성은? 토성은 도시에서 보기에는 좀 어두운 편이야. 크긴 하지만 태양과 지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거든. 그럼 화성은 어떨까? 화성은 정말 운이 좋다면 볼 수 있어!
화성은 무척 빨개서, 한 눈에 봐도 '이거 화성이네'라는 생각이 들어. 하지만 가장 밝을 때가 아니라면 도시에서 보기는 힘들지. 화성도 꽤 어둡거든. 심지어 지금은 화성하고 합(1월 9일)이라서 전혀 안 보여. 올해 말은 돼야 슬슬 보일 거야. 화성의 합 주기는 780일이거든. 26개월. 운이 안 좋네.
그치만 행성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고? 진짜 별을 보고 싶다고? 그렇다면 별 수 없지. 그나마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별은 '별' 중에서는 가장 밝은 시리우스야. 천랑성天狼星, 하늘 늑대 별이라는 멋진 이름을 단 시리우스는 지구 기준으로 가장 밝은 '별'이지.
두 번째로 밝은 카노푸스는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어. 땅끝마을까지 가야 겨우 보일락 말락 하지.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사실 어둡고, 대신 알파 센타우리가 근처 별의 도움을 받아 세 번째로 밝게 보이는데, 한국에서는 볼 수 없어. 그 다음 순위인 아르크투루스나 베가(직녀성)쯤 가면 슬슬 도시에선 보기 힘들어져.
그러면 시리우스를 보는 법이나 알아볼까? 시리우스는 겨울철, 대충 12-2월 정도에는 확실히 볼 수 있어. 문제는 시리우스가 의외로 낮게 뜬다는 거야. 그래서 지평선 근처를 봐야 해. 운이 나쁘면 건물에 가릴 수도 있어.
다행히도, 시리우스를 알아보는 건 무척 쉬워! 누런 금성, 베이지색의 목성, 붉은 화성과는 달리 시리우스는 확실하게 푸른빛이거든. 그래서 하늘에서 뭔가 푸른 점이 있다면 아마 넌 시리우스를 본 걸 거야.
특히, 시리우스는 '별'이다 보니, 엄청 작게 보이고, 따라서 공기의 영향도 많이 받아. 그래서 행성과는 다르게 진짜로 '별이 반짝인다'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어.
어때? 도시의 밤은 그저 잿빛이 아니지? 도시에서도 우리가 동경하는 별을 볼 수 있어. 추억, 사랑, 쓸쓸함, 동경, 시, 엄마, 푸랑시쓰·쨤, 라이넬·마리아·릴케 같은 것 말이야. 사실 나는 밤하늘이 어둡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이야. 검은 하늘은 그 뒤에 무한함을 담은 것만 같이 펼쳐지지.
그러나 검은 하늘과 검은 현실에 지쳐 눈앞이 깜깜한 날에는, 고개를 들어 밤의 아름다움을 보는 건 어떨까? 달과 구름과 별과 너가 보일 거야. 힘내라는 진부한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도시에서도 별을 좇는 사람이 되자는 말은 하고 싶어. 우리의 별에도 봄은 올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