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2.12-26.02.18

by 김서하

싫지만 좋다는데 거절하긴 맘 약하고

때려치고 나가는 건 상상만 가능하고

결국엔 속으로 욕하며 또 억지로 맞춰주고

― B67. 완강하지 못해


오늘까지 내일까지 계속해서 밀어두고

어제까지 그제까지 나 몰래 당겨두고

맘대로 바꿔놓으까 괴로운 건 내 계획

― D71. 이런 것마저 끌려다니는


풀을 풀어 살살 발라 희게 개어 쓱쓱 붙여

전부 다 희게 되면 새하얗게 다 나을까

뽀얀 살 밝게 빛나면 새까맣게 다 잊힐까

― A66. 하얗게 나아


정처 없이 버스 타고 창밖을 내다보면

하얗게 다 벗겨진 가로수 우뚝 서서

조용히 전자음도 없이 침묵으로 마주 봐

― F89. 내가 네가 네가 내가


금방이지 생각하고 피곤해도 덤볐다가

어느새 고개 들어 훌쩍 지난 시침 보고

잠자리 가는 때를 놓쳐 슬픈 눈에 일 담아

― A54. 계산은 했건만


무심코 일찍 나와 못난 놈 기다리니

적적한 역사 안에 동지들과 함께 앉아

제각기 그리는 자 오고 오직 나만 남았네

― F103. 마음이 서로 맞지 않아


방 속에 갇힌 채로 꼬박 보낸 한나절은

어느새 끝이 나고 내일이 다가오네

아이고 일어나기 싫다 제발 나를 가둬다오

― D70. 일어나기 싫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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