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경계

초록 목도리

by 수필천편

시낭송 연말 행사에 참여하자고 회장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갈 수만 있다면야 어디를 못 갈까 싶다.

하지만 그 길 가는 것이 미로를 헤매는 것처럼 느껴진다.

혼자서 찾아간다는 것 자체가 내겐 말할 수 없이 크나큰 부담이다.


최근에 박물관 전시 행사에 선생님의 작품을 감상하려고 이틀 전에

다녀온 적이 있다. 물론 버스노선 찾기 어려워 택시를 타고 간 길이다.

생각 외로 여러 작품들의 그림들도 많아서 실컷 감상하고 박물관을

나선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에 집에 돌아가는 노선이 보이질 않는다.


다시 한번 눈을 씻고 쳐다보아도 몇 개의 노선 가운데에 집에 갈

버스는 없다.

'택시 타지 뭐!'

간단히 생각했지만 십여분이 넘어도 '택시'의 택도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려보지만 택시와는 그 마음이 연결되지

않는지 몇 대의 버스와 지나치기만 하는 택시만 눈에 띌 뿐이다.

시간만 야속하게 지나가고 우두커니 서 있는 나 자신이 왠지

한심스럽다.


이런 형편이니 어디를 가고 싶어도 혼자 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심란한 와중에 회장 친구가 광화문에 같이 가자고 연락이 온 것이다.

그래서 카톡으로 장문의 거절을 뜻하는 사연을 보냈다.

이렇게 '포기'를 배워가나 보다 싶었는데,

회장한테 전화가 왔다.


회원들이 우리 동네의 주민센터 근처에 모여서 같이 가기로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도 오케이라고 대답했다.

회장은 오고 가는 문제라면 걱정하지 말라고 덧붙인다.

나한테는 참 고마운 말이지만 선뜻 그렇게 다가가기엔 쉬운 일만은 아니다.

언제까지 남한테 기댈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는가이다.

이쯤에서 나는,

"포기"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는 이제 포기에 대해 새로 배워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포기는 어디쯤 와 있는가.

나의 포기는 과연 나의 포기인가.

아니다. 사실은 아내의 포기일 것이다.




아내가 목도리를 둘러 준다. 부드럽고 따뜻하다.

"드레스 코드가 초록이라잖아. 하나 샀지!"


나의 일은 아내의 일이었던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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