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시작되는 때
여러분은 보통 언제 사랑이 시작되나요? 저에게 사랑은 항상 갑작스러웠어요. 사랑을 기다릴 땐 내려주지 않고, 잘 지내고 있을 때는 소나기처럼 예보 없이 찾아와 저를 핑크빛으로 적셔주었어요.
저는 첫 만남에 설렘을 느끼는 타입은 아닌 것 같아요. 상대의 외모와 태도가 저의 이상형과 맞닿아 있으면 호감은 생기지만, 그의 태도가 진심인지 가면인지 알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몇 번의 만남이 쌓이고, 그 속에 보이는 진정성이 제 마음을 움직일 때 비로소 설렘이 적립되는 것 같아요.
그동안의 연애를 돌아보면, 저는 늘 '반전 매력'이 있는 사람에게 끌렸어요. 유쾌하기만 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진중한 사람, 상남자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알고 보니 수줍음이 많은 사람처럼요. 그들의 예상 밖의 면모에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이후에 마음이 생기는 데는 '속도의 차이'가 한몫했던 것 같아요. 그들은 모두 관계의 속도를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었어요.
저는 마음이 생기면 뒤를 돌아보지 못하고 달려가는 편이에요. 그런 저와는 달리 그들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의 템포대로 나아갔어요.
그들의 입장에선 제가 '인생에 소용돌이를 일으킬 폭풍'일까 봐 걱정되어 조심스레 탐색했던 것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상대의 이런 모습에서 '어디에 끌려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본인만의 기준이 뚜렷한 사람'이라는 매력을 느꼈어요. 그들의 신중함이 달려가는 나를 잠시 멈추게 만들고,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히게 만들었거든요.
몰랐던 상대의 매력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사랑이 조금씩 깊어졌어요. 5년을 함께했던 사람도,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만 머물렀던 사람도 결국 제 마음을 움직였던 건 그들의 반전된 모습에서 드러난 진심과 솔직함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렇게 사랑은 언제나 제가 예상하지 못한 틈으로 스며들어와, 저를 멈추기도 더 크게 움직이게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