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나누기-
아이가 어릴 적 부터 함께 그림책을 많이 읽었다. 그리고 아이가 일곱 살되던 해와 초등 2학년 때에는 함께 읽은 내용으로 책을 출간도 했다.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된 아들에게 나는 더 이상은 그림책을 읽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림책을 펼치는 시간을 나는 여전히 좋아한다.
내가 책을 출간한 이후로 그림책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은 너무 커져서 그와 관련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그런 책들을 읽어보고 늘 도움을 받는다. 읽어보고 싶은 그림책이 있으면 꼭 구해서 본다. 요즘에는 그림책 강좌들도 많이 열리는데 단순한 책의 소개뿐만 아니라 더미북을 만드는 강좌들도 많다. 나도 이번에 6회에 걸친 강좌를 듣고 그림책의 ‘글’만 써보았다.
내가 만든 그림책의 제목은 ‘마루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정여울 작가의 강연이 있었는데 그것을 듣고 기획해서 만들어본 것이다. 작가는 ‘헤세의 데미안을 융 심리학 적인 관점’에서 해석했는데, 나는 그 강좌를 너무 인상깊게 들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꼭 그림책을 표현하고 싶었다. 에고와 셀프의 이야기, 개성화 과정, 우리 모두는 진짜 나를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내게는 너무 감동적이었다.
작가의 강연이 저녁 7시에서 8시까지 진행되었는데, 강연이 끝난 8시경에 나는 동네의 강가로 걷기운동을 나갔다. 초 여름 밤에 자전거도로를 걸으면서 아래로 펼쳐지는 금강과 한누리대교 그리고 건너편 아파트의 빼곡한 불빛들이 보았다. 너무나 아름다웠고 그러면서도 무언가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두려움같은 것이 느껴졌다. 정확하게 그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무언가 이 삶을 이대로 그냥 스쳐가는것이 너무 아쉽다는 생각과 같은 그런것이었다. 그리고 ‘마루’라는 한 존재가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정말 순식간에 만들어냈다. 원래는 만보정도를 걸으려고 했느데, 이야기가 머릿속에 떠오르자 나는 그냥 집으로 향했다, 오자마자 A4용지를 꺼내어서 이미지를 그리고 글을 썼다. 삼십분 정도 쓴 후에 가족들에게 읽어주었다.
내가 쓴 작품을 읽어주자 장난기가 다분한 아들은 처음부터 웃어댔다.
“엄마 개콘이 사라진 이유가 있었어!”
장난을 치는 아들에 이어 남편은 말했다.
“내가 **이(아들이름) 어렸을 적에 읽었던 책을 많이 보았는데 대부분이 이런 내용이야.”
다소 부정적인 가족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이야기에 지나치게 확신이 있었다.
“그래! 이게 모든 이야기의 원형이어서 그런거야. 그리고 바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집단 무의식이 반영된 거라고.”
융 심리학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나는 이와 같은 ‘아무말 대잔치’를 사실은 꽤 길게 하고 흡족한 마음으로 자리에 누우려고 했다. 그런데 순간 쉘 실버스타인의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 쪽은’이 생각이 났다.
급하게 서재로 가서 책을 찾아서 확인해보니,
음!
역시나 비슷하다.
그런데 이 책을 소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은 풍문으로만 내용을 접하고 실제로는 이 책을 끝까지 제대로 읽은 적이 없다는 것은 또 무슨 의미일까? 그러나 왠지 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한다거나 삭제 또는 변경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의 ‘마루’는 그대로 완벽하다고 믿고 싶었다.
나는 이 그림책의 그림은 이미지로 표현하고 싶다. ‘마루’는 사람인지 동물인지 어떤 존재인지 정확하게 이야기를 하지 않고 싶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으니 말이다. 그냥 우리 모두 일수도 있고, 우리가 모르는 어떤 존재일수도 있게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끝에는 마크 로스코의 ‘무제’를 넣어보고 싶다. 이미지나 기존의 회화나 영화의 장면등의 예술 작품들로 만들어진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
아무튼 그렇게 나의 첫 그림책의 글은 만들어졌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제목은 ‘마루이야기’이다.
1.마루이야기
2.마루는 늘 마음이 허전했어요.(중간이 텅 빈 도넛 모양의 동그라미 이미지)
3.왜 그런지 이유가 알고 싶었죠.
4.해답을 찾고 싶어서 마을에서 가장 지혜로운 이를 찾아갔어요.
5.“어떻게 하면 마음이 꽉 차게 될까요?”
6.지혜로운 이는 조용히 마루의 가슴에 손을 얹고 말했어요.
7.“여기에 이 구멍 난 부분을 진짜 너로 채워야 한단다.”
8.“‘진짜 나’는 무엇인가요?”
9.“음, 그건 말이야. 네가 만나게 되면 그냥 알게 될 거야.”
10.지혜로운 이는 마루를 꼭 안아주었어요.
11.그날부터 마루는 ‘진짜 나’를 찾아다녔어요.
12.우선 바닷가로 갔어요. 조개껍데기들이많았죠.
13.그 중에서 가장 크고 멋진 것을 골라서 가슴의 텅 빈 곳에대보았어요.
14.앗! 아니네.
15.이번에는 산으로 올라갔죠.
16.산 중턱에서 별 모양의 돌을 보았어요.
17.‘아, 저것이라면 바로 내게 맞을지도 몰라!’
또 가슴에 대보았어요.
18.그런데,
이번에도 맞지 않았어요.
19.거리로 나갔어요. 화려한 호텔에 들어갔죠.
20.호텔 로비에 보석같이 빛나는 비단 천이 있었어요.
21.너무 아름다웠어요.
‘아! 저게 바로 나였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정말 행복할 텐데.’
22.마루는 얼른 천을 주워서 자신의 가슴에 대보았어요.
23.휴!
역시 맞지 않았어요.
24.상심한 마루는 호텔에서 뛰쳐 나왔어요.
호텔 옆 거리의 작은 골목으로 들어갔죠.
25.왠지 눈물이 나왔어요.
26.간신히 쪼그리고 앉아 있는데 골목 끝에 떨어진 먼지 뭉치가 보이는 거예요.
27.이곳저곳 떠돌아다니는 먼지 뭉치를 보자 마루는 안아주고 싶었어요.
28.마루가 먼지 뭉치를 안았는데 가슴속으로 쏙 들어왔어요.
29.아! 드디어 마루는 진짜 자신을 만났어요.
30. 밝게 빛나는 해님의 이미지
31.마음이 편안해진 마루는
거리로 나가서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어요.
32.마크로스코 그림(끝)
이 내용은 정말 우리가 자주 만날 수 있는 흔한 이야기 일수도 있다. ‘마루’라는 존재가 진짜 나를 찾으려는 여정의, 어떻게 생각하면 단순한 이야기이다.
‘마루’는 좋은 것, 귀한 것, 밝고 화려한 것을 보고 그것이 ‘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실제로 그가 찾은 ‘나’는 작고 하찮고 여린 먼지덩어리였다. 이 과정에서 ‘마루’가 먼지덩어리를 보고 안아주고 싶은 마음을 갖은 것과 그것이 마루의 마음으로 들어와서 진짜 내가 되는 과정을 조금 강조하고 싶었다. ‘마루’는 좋은 것, 귀한 것, 화려한 것을 동경했지만, 자기와 닮은, 비록 그것이 하찮은 것이라도, 것을 사랑할 줄 알았기에 진짜 내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 성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글과 맞는 이미지를 만들어서 꼭! 그림책으로 만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