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는 건'-‘드디어 자유로워지는 것’

-기쁨의 문장들-

by junetree

'살아있다는 건'-‘드디어 자유로워지는 것’



'살아있다는 건', 다니카와 슌타로, 비룡소, 2020. feat. 트레이시 에민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알려져서 많은 도서관에서 시행하는 사람책은 덴마크 출신의 사회운동가인 로니 에버겔이 한 뮤직페스티벌에서 창안한 것이라고 한다. 사람책을 대여하는 방법은 30분간 한 사람을 만나서 편안한 소파에 앉아서 서로를 읽는것이다. 주로 일반인들의 편견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인 트랜스젠더나 정신질환자 그리고 미혼모등의 소수자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을 읽는 목적은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고 보다 평등한 사회에서 화합하며 살기를 원하기 때문일것이다. 그러나 내가 경험했던 우리나라 도서관에서 시행하는 사람책의 형태는 조금 달랐다. 물론 소수자를 만나는 원래의 목적에 부합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우리나라의 도서관에서 만나본 '사람책'의 형태는 대부분 강연의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무엇인가 지식과 정보를 우리에게 전해 줄 누군가가 많은 도서관 방문객에게 그것들을 전수해 주는 형태였다.

나는 '창의적 사고와 표현'이라는 과목을 강의하는 학기면 학생들에게 '사람책'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대여하고 싶은 책에 대해서 쓰라고 과제를 내주었다. 학생들 대부분이 어떤 구체적인 직업의 사람이 아닌 가치를 지닌 사람을 만나고 싶어했다. 우리에게 현재 지식과 정보는 넘쳐나고 어디에서도 고급정보는 얻을 수 있다. 그러니 학생들은 스스로 '기쁨을 주는 사람'이나 '다정한 사람'이라는 특성의 사람을 만나고 싶어했다. 또는 덴마크에서와 같이 소수자들을 만나고 싶어했다. 호기심이 아닌 진지하게 그들의 인생을 읽고 싶어했다. 그들의 삶 역시 자신의 삶과 다르지않고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학생들은 알고 있었다. 내게 어떤 '사람책'을 읽고 싶냐고 물어보는 한 학생에게 나는 영화 '윤희에게'에 나오는 '윤희'와 같은 여성을 읽고 싶다고 했다. 그들은 우리사회에서 만날 수 있는 아주 평범한 여성들이다. 그러나 그 안에 내재된 슬프고 아픈 서사는 어마어마하다. 나는 그녀들을 만나고 싶었다.

사회 경제적인 배경이나 지위 등 소위 세상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을 갖지 못한 젊은 여성들에게 세상은 냉혹하다. 당연히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이는 드물다. 아니, 그들은 어쩌면 제대로 평가받기도 힘든 위치에 서 있는 존재들 일 수도 있다. 그런 여성의 경우에는 원 가족 에게도 상처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들의 어머니의 젠더는 여성이 아닐 경우가 많다. 혹여 좋은 직장이라도 입사를 하게 되면 그동안 알고 지내던 동창들의 시기와 질투가 잇따를 수도 있다. 이후에 펼쳐질 결혼과 육아의 삶 역시도 이전의 생활과 비슷한 맥락에서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들이 살아갈 중년과 노년의 삶은 어떨까?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그들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이다. 가족과 사회에서 소위 후려치기 당했던 삶에서 나와서 스스로 일어나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경험과 독서는 큰 힘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경험을 해석할 수 있는 힘은 깊이있는 독서에서 온다. 냉혹함을 경험한 후 어떤 여성들은 뒤늦게나마 깨닫게 된다. ‘나의 삶은 나 개인의 삶이 아니라, 사회적인 맥락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었구나’하는 것을 말이다.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로 오카모토 요시코가 그림을 그린 ‘살아있다는 건’이라는 그림책을 읽었다. 다니카와 슌타로는 일본의 국민시인으로서 1952년에 ‘이십억 광년의 고독’이라는 첫 시집을 출간한 이후로 쭉 사랑받은 시인이라고 한다. 나는 이 시인을 에세이스트이자 그림책 작가인 사노요코의 전남편으로서 알게 되었다. 사노요코와 최정호 교수의 편지글을 엮은 ‘친애하는 미스터 최’를 보면 그의 이야기가 꽤 나온다.

시인은 주변의 작은 것을 발견하고, 그것에서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깨닫고 느끼는 데에서 살아있다는 것을 노래하고 있다. 그래서 시인은 ‘살아있다는 건 목이 마르다는 것,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시다는 것, 재채기를 하고, 너와 손을 잡는 것’이라고 한다. ‘미니스커트, 플라타네륨, 요한스트라우스, 피카소, 알프스 등의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과 마주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감춰진 나쁜 마음을 조심스레 막아내는 것’이라고도 이야기한다. ‘울 수 있고 웃을 수 있고 화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자유롭다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지금 멀리서 개가 짖는다는 것이고,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 어디선가 아기가 태어나 울거나 병서가 상처 입는다는 것, 그네가 흔들린다는 것’이라고 한다. ‘새는 날갯짓 한다는 것, 바다는 넘실댄다는 것, 달팽에는 기어간다는 것, 사람은 사랑한다는 것’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두장에 사랑과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시인의 해석이 나온다. ‘그리고 네 손의 따스함과 살아있는 모든 것이지’ 라고 말이다. 사랑은 누군가의 따스한 손을 잡는 일이며 살아있다는 것은 ‘생명’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이 그림책의 원작인 그의 시 전문을 읽어보면 더욱더 확실하게 다가온다. 또한 시인이 선택한 시어들인 ‘새의 날갯짓’, ‘바다의 넘실댐’, ‘달팽이의 기어감’은 모두 새나 바다나 달팽이라는 존재의 본성이다. 그렇게 시인은 사람의 본성은 '사랑함'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책으로 엮인 이 시를 읽고, 나는 ‘휴!’하고 한숨을 먼저 내쉬었다. 내게 살아있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마음을 접기 위해 강가를 걷는 일이고, 용서하기 힘든 이들을 그 강가에서 흘러보내는 일이기도 하고 그리고 궁극에는 자유로워 지는 것인데 말이다.

물론 작은 아름다움의 세계에서 문득 위로를 받기도 한다. 이 시에서는 ‘병사가 상처 입는다는 것’이 ‘아기가 태어나 울거나’와 ‘그네가 흔들이는 것’ 사이에 위치해야 하는 이유는 무척 궁금했다. 아마도 '병사'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모두의 은유가 아닐까? 그림책의 마지막에 실린 ‘살다’라는 다니카와 슌타로의 원시를 읽고 많은 의문이 해소되었다. 시인은 그럼에도 살아있다는 것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작은 것들을 관찰하고 아름다움과 마주하고 숨겨진 악을 거부하는 것, 삶의 기쁨과 슬픔을 느끼고 사랑하는 것 그리고 손의 온기를 느끼는 것이다. 그것이 그저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고 사랑이고 아름답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물론 ‘아름다움’이나 ‘세상의 악’과 같은 추상적인 단어들은 독자마다의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다시한번 이야기 해 본다면, 시인이 이야기하는 살아있다는 것의 이유인 사랑한다는 것의 해답은 아마도 마지막에 이야기하는 ‘네 손의 따스함과 살아있는 모든것’일 것이다.


그리고 네 손의 따스함과 살아있는 모든 것이지.


원시에서는 '살아있는 모든 것'을 ‘생명’이라고 표현했다. 사람이 살아있다는 건 사랑하는 것이고, 그것은 ‘생명’ 그 자체라는 것이다. '생명' 그 자체로 살아있는 것이니 '우리는 그저 사랑하자'라고 읽을 수 있다. 읽고 나니 나도 역시 ‘살아있다는 건’을 써보고 싶어졌다. 내게 ‘살아있다는 건’ 그 궁극의 목표는 바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쓰고 내 목소리를 내는 것, 나만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 바로 그것이다.






주로 자신의 불운했던 개인사를 작품의 소재로 삼고있는 트레이시 에민은 영국출신의 설치미술가이다. 트레이시 에민의 대표작은 ‘나와 함께 잤던 모든 사람들 1963~1995’(1995)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주목을 받게 된다. 1963~1995까지 그와 함께 잔 사람들의 이름을 텐트에 자수로 새겨넣었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여성이 누군가와 '함께 자다'라는 외설적인 의미를 넘어선다. 이 텐트에 새겨진 이름은 어머니, 할머니, 어린 시절의 친구에서부터 남자친구에 이른다. 태어나지 못하고 낙태한 아이의 가상 이름까지 새겨져 있어서 슬픔의 감정이 느껴진다. 이와같이 함께 잠을 잘 정도로 가까운 관계를 형성했던 102명의 이름을 자수로 새겨 넣은 이 작품은 지금의 모습은 그들과의 관계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실제로 누군가와 함께 잔다는 것은 꿈의 세계를 함께 여행하는 듯한 묘한 느낌이니까 말이다.

'내 침대'라는 작품은 터너상 후보에까지 올랐고, 문제작이다. 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공간인 침대를 설치작품으로 만든 이 작품에는 생리혈이 묻은 속옷, 피임기구, 술병, 담배꽁초등이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다. 그는 자신의 침대야말로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흔적이라고 생각했다. 힘든 시절을 보낸 후 예술작품으로 상처입은 마음을 표현한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진정한 자유를 찾은 이일 것이다.





1. 이 책에서 작가는 사랑한다는 것의 해답을 "그리고 네 손의 따스함과 살아있는 모든 것이지." 라고 했다. 이 문장을 자신의 노트에 그대로 옮겨 써보자.


2. 내가 생각하는 사랑한다는 것의 정의를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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