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문장들-
'키오스크'-'"그것봐! 나는 할 수 있었어.:"'
키오스크, 아네테 멜레세 글. 그림, 김서정 옮김, 미래 m&b, 2021. feat. 쿠사마 야요이
코끼리를 훈련 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떠도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어린 코끼리의 다리 한 쪽을 밧줄로 묶어서 단단한 기둥에 고정시켜 놓는다. 그 코끼리는 성장해서 거대한 몸집의 힘이 커졌음에도 그 줄을 끊지 못하고 그것에 종속되어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사실일지는 모르겠지만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고통받는 경우는 주위에서도 흔하게 듣게 되는 이야기다. 또한 그들은 자기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규정해서 그 모습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리트비아라는 나라를 포털사이트에서 처음 검색해 보았다.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명하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검색을 한 이유는 바로 ‘키오스크’의 작가인 아네테 멜레세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키오스크’는 유쾌한 작품이다. 좁은 키오스크안에서 잡지나 복권 그리고 과자 등을 팔면서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아왔던 올가는 늘 여행잡지를 읽는다. 아마도 떠날 수 없기에 읽는 것일 것이다. 그러다가 석양이 황홀한 먼 바다의 꿈을 꾸며 잠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키오스크는 올가의 인생이 되어버렸기에, 그녀는 더 이상의 욕심은 갖지 않는다. 그저 최선을 다해 현실의 고객들을 맞는다. 마치 지금의 나와 같이, 그리고 우리와 같이 말이다.
그러던 그녀에게 갑자기 세상이 뒤집히게 된다. 과자를 훔치려던 아이들을 제지하려다가 키오스크 째로 넘어지게 된 것이다. 생각보다 키오스크는 크지도 않았고 무겁지도 않았다. 그녀가 충분히 조절하기 가능한 상태였던 것이다. 키오스크째로 산책을 하던 그녀는 물에 빠지게 된다. 사흘 밤낮을 떠다니다가 바닷가로 밀려온다. 순간적으로 독자들은 그녀에게 닥칠 운명에 대해서 걱정을 하게 된다. 그러나 다음 장을 넘겨보면 지극히 행복한 풍경안에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게 된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해변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며 저녁이면 황홀한 석양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문장으로 그녀가 꿈을 이룬 것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올가는 해변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며 살고 있어요.
저녁이면 황홀한 석양을 바라보면서요.
우연히 닥친 불행이 그녀를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으로 이끈 것이다. 마지막 장에 석양을 바라보는 올가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여행책을 손에 들고 있다. 이번에는 '산'이다. 올가는 그것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자신에 대해서 실제의 모습보다 작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저 안정된 삶이라는 명목 때문에 대부분 원하는 것을 꿈으로만 남겨놓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순간에 예기치않은 위협을 만나고 삶에 변화가 생길 때 우리는 깨닫게 된다. 위협이 아니고 진정한 자신의 삶을 만나게 되는 소중한 기회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루게 된 성공을 통해서 다시 자신이 원하는 삶을 단계적으로 이루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올가처럼 말이다. 올가의 두 번째 여행은 아마도 스스로 게획하고 실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설치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인생과 작품을 생각했다. 어린시절부터 정신질환에 시달리던 그녀는 어머니로부터 방치와 학대를 받았다. 또한 뉴욕에서 활동하던 그녀는 여성이자 동양인이라는 비주류라는 인식 때문에 주류에 속하지 못했다. 그녀의 정신질환의 증상은 물방울무늬의 환영을 경험하고 강박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 이미지를 기획하게 되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호박을 만들게 된다. 호박은 어린 시절에 그녀가 어머니로부터 체벌을 당하고 숨어있었던 창고에 가득했던 것이었다고 한다. 그 창고의 호박으로부터 잠시나마 위안을 얻었던 것일까?
올가가 예기치 않은 인생의 전환점으로 자신의 꿈을 이룬 것과 달리 쿠사마 야요이는 스스로 자신의 고통을 자신의 꿈으로 치환해 버렸다. 자신의 고통에 그리고 병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개척해 나간 그녀의 물방울이 그려진 호박 작품에 마음 한편을 기대본다.
1. 이 책에서 찾은 기쁨의 문장은 "이제 올가는 해변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며 살고 있어요. 저녁이면 황홀한 석양을 바라보면서요."이다. 자신의 노트에 그대로 옮겨 써보자.
2. 예기치 않게 일어난 사건으로 소중한 기회를 만난 경험이 있는가? 생각해보고 그것을 나만의 문장으로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