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하 Oct 28. 2021

[에세이] 하루를 버텨내길
감히 바라는 마음

들숨 날숨으로도 충분하다

'하루를 살아갈 힘이 도무지 나지 않아 텅 빈 방에서 멍한 눈으로 앉아 있네요. 속도 모르고 화창하기만 한 하늘을 묵묵히 바라보는 당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삶을 둘러싼 상자의 표면 안에서 애써 몸부림을 치다 조금 지쳤나 봅니다. 혹여나 상자가 열릴까 하고 열정적으로 흔들다가 힘을 소진해버린 걸까요. 인스타를 떠돌다 보면 가끔 비슷한 몸부림의 잔파동이 와닿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서로를 모르지만 나는 당신과 연결된 듯했습니다. 당신도 저도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 심연이 영원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당신의 존재는 온기이고 주변 공기를 따뜻하게 해요. 당신이 버텨주기를 함부로 바라봅니다. 당신은 빛나고 있어요. 그 빛이 너무 밝아서 앞이 안 보이겠지만 내게는 고스란히 비칩니다.'





외출 후 토해내듯 글을 쓴다. 이렇게 글이 술술 써진 것도 오랜만이다. 고개를 푹 숙이고 손가락만 타닥타닥 거리며, 마치 손가락의 의지대로 쓴 것 같은 글. 인스타에 올린다. 누군가 비슷한 사람이 인스타를 떠돌다가 글을 보고 힘을 얻기 바라는 마음으로. 


물 컵조차 들기 싫은 하루들을 지낸다. 방대한 생각과 자기 검열로 가득 찬 머리는 큼직한 상록수의 두터운 뿌리처럼 느껴진다. 뽑히지도 않고 무겁기는 하지만 나무의 일부인. 


검열할 때 마주하는 모습이 고통스럽다. 바늘 같은 생각들이 푹푹 찌른다. 아파서 회피한다. 유튜브 영상을 계속 틀어놓아 생각 회로를 억지로 멈추게 한다. 일시적이지만 효과는 있다. 10대 청소년 시절, 감정을 무디게 만들어 그 시간들을 버텨왔는데. 다 큰 20대가 되고서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걸음마를 배운다. 뭐든 적당한 시기가 있는 법이겠지.


그럼에도 희망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희망이 없는 삶이 될까 봐 되려 두렵다. 마음이 힘들어도 글과 그림을 통해 어둠 속에서도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알려주고 싶고, 비슷한 마음들이 하루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괜찮아요!! 우리 같이 민감하고 마음이 아파도 잘 살 수 있어요! 다 지나가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먼지 같은 삶이더라도 사랑하며 살아요! 우리도 사랑할 수 있어요."


하루빨리 감정을 잘 다루는 '어른'이 되어서 이렇게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은 조바심도 스멀스멀 생긴다. 그만큼 그 말들이 내게 절실하기도 하다.


위로를 하고 싶다. 위로를 하고 싶다. 위로를 하고 싶다. 쌓이고 쌓이다 터져 나오듯이 위로를 하고 싶다. 너를 사랑해. 너를 사랑해. 사랑해. 너무 고마워. 고마워. 네가 있어서 행복해. 감사해. 포근해. 따뜻해. 사랑스러워. 아름다워. 충분해. 찬란해.


내뱉는 따뜻한 날숨. 

숨만 쉬어도.

당신은 예쁜 말들을 충분히 들을 자격이 있다.

작가의 이전글 [에세이] 경력이 없으면 국물도 없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