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의 기록, 조각 셋

외전: 우울증 진단 초기, 나의 기록

by 그냥나

7월 22일의 기록, 업다운 아니고 다운업


밤만 되면 소변이 너무 자주 마려운 느낌. 긴장해서 그런 건지, 약 때문인지, 저녁에 물을 마셔서 그런지 모르겠다. 제로콜라를 끊어야 할 것 같다. 소변이 마려우니 긴장과 불안이 더 같이 오는 것 같네. 오늘부터는 저녁 시간에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다. 피곤하다고 일찍 잤다가 괜히 밤에 못 자는 일 없게. 패턴 잘 챙기자!


지난주보다는 덜 우울한데, 동생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주위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


오랜만에 아침에 간단한 근력 운동을 했다. 조금씩 일상을 찾아가자. 아침에 일어나서 오래 누워있으면 금방 우울해지는 듯 한데, 씻으니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내일부터는 일어나면 가능한 빨리 씻는 습관들 들이자. 좋아하는 옷을 고르고, 날마다 다른 향수를 뿌리며 사소한 행복을 즐기자.


어제부터 듣고 싶었던 노래를 들으며 출근하니 좋다. 역시 난 밖을 나와야 한다. 월급 타고 여유가 생기면 차라리 매일 카페를 다니자. 근데 회사가 가까워질수록 우울해지는 것 같기도? 빨리 가서 시원한 물 한 잔 마셔줘야겠다.


일은 어찌어찌 되는 것 같은데, 갑자기 현타가 와서 앞으로 뭐 먹고 살지하는 생각에 막막해졌다. 미래에 대한 너무 많은 생각을 멈추면 좋겠다. 근데 자꾸 생각하게 된다. 자격증 공부부터 해야 하는데, 남들과 또 비교하려 든다. 너가 하고 싶은 일이나 생각해!


워킹홀리데이를 아무리 검색하고 글을 읽어도 안정이 안 된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근본적인 고민이 해결되지 않으면 늘 이럴 것 같다. 조급해지지 말자. 지난 주 저녁은 내내 라면을 먹었는데, 오늘은 제대로 된 밥을 챙겨 먹었다. 몸이 적응 중이라 기절잠을 잔 게 아쉽지만 그래도 만족. 쓰레기도 예정대로 잘 버렸고 빨래도 잘 널었다.


내일은 종일 무탈한 하루이길 바란다.



7월 23일의 기록, 피곤하면 덜 우울해지는 삶


나는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을 때 스트레스를 급격히 받는 것 같다. 특히 그 상황에 대해 자세히 모른다면 더더욱. 오늘도 유독 새벽에 많이 깨고 화장실을 자주 갔다. 그래도 불쾌하고 불편하기보다는 그냥 이 상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니 나았다.


마음이 조금 오락가락하지만 분명한 건 어쨌든 내가 살아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나는 참 대견하다는 것. 지난 3월, 매일 죽고 싶다는 생각과 큰 병에 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적어도 미래를 고민하며 괴로워하고 있으니 나아지고 있는 거지, 그렇고 말고.


친구와 오전에 통화를 하니 마음이 너무 편해졌다. 참 세상은 별 거 없는데 내 생각은 너무 깊고 아득하다. 약으로 눌러줘야만.


다음주에 다른 병원을 가보려고 휴가를 냈다. 나에게 맞는 병원을 찾는 것도 일이다. 현실과 이상 사이 간극을 조정하는 게 어렵고, 자신감이 부족한 상태에서 그러려니 더 힘들다.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 자꾸 든다. 쓸데 없는 생각들.


퇴근 후 친구와 저녁 약속, 그간 힘들었던 이야기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한참을 걸으며 산책하니 머리가 비워지고 좋다. 피곤함이 커져서 귀찮은 생각들이 사라진 것 같기도 하고. 운동을 조만간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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