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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이아빠 Feb 29. 2024

조카는 원래 예쁘다

"유준이이이이잉!!!"라는 외침이 아파트 복도를 울린다. 문 앞에 서있는 형수와 그 품에 안겨있는 아기, 나의 사랑스러운 조카 유준이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본격적인 애정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는 볼을 만지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알 수 없는 제스처를 선보이며 아기의 관심을 끌기 위한 재롱을 선보인다. 삼촌의 갸륵한 노력을 알아본 것인지 유준이손가락을 꼭 잡아줬다. 그 움켜쥠에 다양한 감정이 몰려오면서 순간적으로 울컥할 수밖에 없었다.


아기에게 빠져 한동안 형수의 존재조차 잊고 있었다. 아차 싶어 형수에게 급한 안부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형수에게 시선을 돌리고 나서야 현실 육아가 부모에게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형수는 마치 시험 전날 밤샌 대학생처럼 퀭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육아의 고됨을 설명하는 형수의 푸념 뒤에는 당신 대신 아기를 봐줄 사람이 왔다는 안도감을 내비쳤다. 잠시 후 퇴근한 형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모든 말 끝에는 힘들다, 아프다, 졸리다 등등 육체적인 고생을 내포하는 표현이 계속되었다.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예쁜 아기가 있는데, 이 아이와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데 몸이 좀 힘든 건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다소 황당한 생각이지만 30대 초반의 총각이 뭘 알겠는가? 육아경험이 없는 총각이 추측할 수 있는 부모의 삶은 TV 프로그램에서 방송국 PD들이 편집한 모습뿐이었다. 그렇기에 나라도 우리 조카를 예뻐해 주겠노라는 다짐과 함께 저녁 늦게까지 진을 빼가며 유준이를 위한 재롱잔치를 이어갔다.


그땐 몰랐다. 조카는 원래 예쁘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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