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편 아빠가 더 잘할 수 있을텐데

by 라이프스타일러

교통도우미로 갔을 때 뿌듯한 마음으로 섰다. 아이들의 신기해 하는 눈빛과 "엄마도 아니잖아요?" 하는 말에 머쓱해져서 그냥 씩 웃었다. 큰 아이 시험감독으로 갔을 때는 마음이 들떴다. 그렇지만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충격을 받았다. 상당수 아이들이 시험지에 낙서하고 엎드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진로체험교사로 갔을 때 아이들은 사랑스러웠지만 수업이 곤란할 정도의 산만함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소중한 아들 딸이 생계가 바쁜 가정에서 소외되어 있다. 항의와 신고에 얼어붙은 학교에서도 소외되었다. 아이들이 의지할 곳이 없는 것 같았다. 머리의 양식을 조금 얻는 대가로 마음의 양식은 고갈되었다. 아이 마음속에 울리는 공허함을 어른은 아직도 모르고 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 고착된 관념과 행동을 지금부터라도 바꿔 가야 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아이들의 행복이 남을 이기고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야 한다. 사회의 현재와 미래의 행복은 어른에게 맡겨져 있다. 그 무거운 책임을 아이에게 떠 넘기는 부끄러운 어른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말하고 싶은 게 있다. 아이에게 뭐라고 말하려면 일단 어른인 당신부터 잘하라고.


초등학생에게 무시당한 치욕의 날이 되었다. 학생의 등교 안전을 돕기 위해서 녹색 어머니 활동을 했다. 1년에 겨우 두 세번이다. 매년 했던 일인데 오늘은 달랐다. 다가오던 저학년 학생이 "어, 저거 뭐야? 남자다" 하는 것이다. 뒤에 오던 또래가 "저거 뭐야?" 하면서 또 나를 가리켰다. 초등학생을 보고 웃으면서 "너 얼굴 기억했어." 라고 농담을 건넸다. 그런데 등교하는 아이들이 계속해서 "남자다", "아저씨가 왜 있어요?", "녹색 아빠다"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있어야 했다. 신기해하거나 의아해하는 눈길을 많이 받았다. 순진한 인사도 많이 받았다. 남녀평등을 지나 여성상위 시대를 지나고 있는 지금, 아이의 소리가 편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교통 도우미를 당연히 엄마가 하는 것으로 알고 자라는 것은 아빠의 잘못이 크다. 차량 통제는 군대를 갔다 온 아빠들이 훨씬 더 잘 할 텐데 말이다.”


살아 가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아이에게는 일상의 모든 것이 삶을 이해하고 적응해 가는 교육의 과정이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아침은 많은 것을 다르게 느끼게 했다. 어색하게 마주친 눈빛에 서먹한 인사도 많았다. 등교 길의 아이들은 바삐 쫓기는 걸음 때문인지 표정이 없었다. 아이에게는 하루를 여는 행복한 아침이어야 한다. 좀더 부드러워질 수는 없을까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1시 50분!

휴무 날이면 대체로 교문 앞을 서성인다.


매서운 바람을 맞을 때도 있고

주룩주룩 떨 지는 비를 맞을 때도 있다.


오늘은 햇살의 장막이

추위를 붙잡고 있나 보다.


하나 둘, 아이들이 뛰어 나오고

꼬물꼬물 어린 몸짓들이 보인다.


놓이는 자유로움은

이렇게 아이들에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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