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편 돈이 사라지면 소중함도 사라지고

by 라이프스타일러

가족이라면 그 무엇도 아까워하지 않는 둘째가 자신의 돼지 저금통을 털었다. 약 18만원의 지폐와 동전이 생겼다. 형 생일 저녁을 사겠다며 인심을 썼다. 동네에서 유명한 돼지 갈비집으로 갔다. 음식을 거하게 주문하는 아들을 만류하고 알맞게 시켰다. 식사를 기다리며 둘째 아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승윤아 돈은 소중한 것이란다. 왜냐하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고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질 수 있게 해주니까. 이렇게 돈을 다 써버리고 나면 이제 더 이상 돈이 없기 때문에 소중함도 함께 사라진단다. 더 많은 돈은 더 소중한 것에 쓸 수 있다. 가치 있는 일들도 많이 할 수 있다. 미래의 소중함을 위해 일부는 다시 저금하고 필요한 만큼만 쓰면 좋겠다.”


10만원은 다시 저금하기로 했다. 둘째의 미래에 있어서 더 큰 소중함을 위하여 돈을 남겨 두기로 한 것이다.

돈은 버는 것도 중요하고 쓰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돈을 갖고 있으면서도 쓰지 못하는 것은 돈이 없는 것과 같다. 돈이 없는데도 돈을 쓰는 것 역시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삶의 내용이 달라진다. 특별하게 경제 공부를 가르치거나 인성을 가르치려고 할 필요가 없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는 터득해 간다. 자신의 욕구를 통제하는 방법도 자신의 희망을 실현하는 방법도 자신이 남을 대하는 방법도 자연스럽게 익혀 가는 것이다.


자칭 황금 효자인 둘째가 갑자기 열이 올라 뒤척이며 잠을 못 이루기에 조용히 곁에 누웠다. 평소 귀찮다고 팔베개도 사양하던 놈이 조용히 기대어 잠이 들었다. 자립심이 강해 남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걸 싫어했고 의지하는 것도 싫어했다. 아프기는 많이 아픈가 보다. 아침에 학교로 가기 전에 서둘러서 병원으로 갔다. 38도의 열에도 불구하고 학교에도 가고 수업시간도 버틸 만큼 버티겠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편도가 컸던 둘째는 열이 조금만 올라도 금방 40도까지 치솟는다. 거품을 무는 둘째를 업고 응급실로 뛰어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둘째가 일주일 이상 병원에 입원한 경우도 두 번이나 있었다. 아빠는 병원에서 출퇴근을 하며 둘째와 함께 지냈다. 둘째가 열이 나면 초긴장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밤새 한숨도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날도 둘째가 조퇴를 하면 어쩌나 하고 나올 때까지 그냥 학교 앞에서 기다렸다. 아픔 없이 어찌 내성이 생기겠는가? 이렇게 겪는 소소한 일에서 삶을 이겨나갈 지혜를 배우는 것이다. 스스로의 자율의사에 맡길 뿐이다. 부모로써 이렇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 또한 교육의 방법일 것이다. 아이가 아파해도 혼자 버틸 수 있는 한은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더 아프다. 지금 보다 크면 나아질 거라 믿는다. 성인이 되면 자신을 이기는 내성이 더 강해질 것이다.


인생이란

소망하는 목적을

쫓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매일의 시간들 속에

의미를

새겨 넣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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