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이 늦으니 늦어지는 저녁은 어쩔 수 없다. 과식을 하면 안되는데 하필 가장 배가 고픈 상태에 놓인다. 마음도 놓이고 육체의 긴장도 놓이니 무의식 중에 과식하게 된다. 음식을 앞에 두고 식욕을 통제하는 일은 고통스럽다. 과식을 하면 하루의 운동이 수포로 돌아간다. 힘들인 운동이 한끼에 날라가는 건 참기 어렵다. 먹고 화낼 것인지 참고 고통스러울 건지 매일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잔인한 시험에서 벗어나려면 새로운 차원으로 성장해야 한다. 조금씩만 좋아지면 된다. 샤워를 마치고 습기 낀 거울을 닦아 냈다. 근육이 어제보다 좋아졌다.
변화가 3개월 이상 유지되면 뇌가 리셋되고 현재의 상태를 기본값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전의 상태를 잊어 버리기 때문에 되돌아 가지 않는다. 문제는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는 것이다. 행동은 뇌를 학습시키게 된다. 이것이 요요 현상을 만드는 원인이다. 운동을 하지 않으니까 요요가 생겼어 라고 하는 말은 거짓이다.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필요 이상으로 먹지 않으면 된다. 단 맛이 나는 액체 음식물을 먹지 않으면 된다. 운동을 하면 많이 먹어도 쉽게 다시 빠진다.
위장이라는 신체의 기관이 기억하는 기억도 장기의 기능을 조절한다. 위장도 학습을 하고 배운 대로 작동한다. 뇌도 기억을 하지만 신체도 기억한다는 말은 사실이다. 위장은 경험을 통해 학습한 대로 반응한다. 뱃속을 가득 채우는 경험은 배가 비었을 때 가득 채우도록 작용한다. 뱃속을 비우는 경험은 배가 비었을 때 편안함을 느끼게 하여 최소한의 음식만 받아 들이게 작용한다.
어느 날에는 정말 힘들고 배가 고픈 날도 있게 마련이다. 식판에 밥과 반찬을 담았다. 그런데 너무 많이 담았다. 뇌가 무의식을 이용해 욕심을 냈나 보다. 이성을 챙겨야 한다. 이러면 안돼. 과식을 통재해야 한다. 새롭게 적응한 기억이 이전으로 리셋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배 속 깊이 축적되어 있는 지방은 아직 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그것을 끌어 내려면 식사량을 줄이고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살 빼는 시간은 길고, 찌는 시간은 짧다. 잊어 버리면 안된다.
위장의 기억을 바꾸어 주어야 한다. 심리 상담은 대체로 12회 정도 진행되는데 약 12주가 걸린다. 약 3개월 정도가 지나야 새롭게 학습된 내용대로 작동하게 된다. 신체의 기억도 마찬가지이다. 변화의 기간 동안에는 예전의 모습으로 복귀하려는 반작용이 생기게 마련이다. 당연한 작용이다.
디지털 체중계가 “81.0” 을 가리켰다. 그럴 줄 알았다. 다시 80kg때로 돌아 왔다.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와 샌드위치를 브런치로 먹었다. 점심에는 세종의 숨어 있는 맛집에서 순대국밥을 먹었다. 집으로 돌아 와 늦은 시간에 아들이 남긴 스테이크를 먹었다. 근육은 하루 종일 쉬었다. 하루 만에 1.4kg로 몸무게가 늘어났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체중계에 올라섰다. “79.6” 체중이 다시 내려가 있었다. 몸이 기억하는 기억이 바뀌었다. 예전대로라면 몸 안으로 들어 온 영양분을 잔뜩 품고 있었을 것이다. 위장은 새롭게 경험한 대로 필요한 양만큼만 취하고 모두 버렸다. 운동도 중요하고 음식 조절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몸이 기억하고 있는 기억을 바꾸어 주는 것이다.
자판기에서 식혜를 뽑았다. 목을 타고 위로 넘어가는 달콤함이 온몸으로 퍼졌다. 달그락거리며 서로 의지하며 겨우 버텨내던 다리의 뼈들에 근육이 부풀며 들어 갔다. 고통으로 몰아 넣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래 고통스럽기 위해 살을 빼는 것이 아니잖아. 목적이 과정을 정당화할 수 없다. 그러니 과정도 행복해야 한다. 살을 빼는 것은 행복하기 위함이니 과정도 행복해야 한다. 합리화는 편안함을 준다. 행동에 정당성을 준다. 합리적이고 정당한 일에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그렇게 되면 살을 빼거나 근육을 만드는 일이 모두 중단된다는 것이다. 카드를 놓고 다녔다. 자판기를 지나쳐도 뽑아 먹을 수 없다. 얻어지는 모든 것에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음식을 많이 먹는 이유는 몸이 사용할 에너지를 미리 축적해 놓기 위해서다. 어떤 상황에서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대비책이다. 몸이 에너지를 사용하는 형태는 여러가지다. 첫번째 용도는 36.5℃의 체온을 유지하는 일이다. 의외로 열을 내서 체온을 유지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다. 엄청난 효율이다. 저체온증으로 운명을 달리하는 경우도 있으니 신체의 체온 유지 기능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중요하다.
체온을 유지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소모될까? 간헐적으로 어쩌면 피치 못해 단식을 해보면 안다. 실제로 최소한의 에너지만 소모된다. 내부의 에너지 효율화 기제 때문이다. 숨쉬고 먹고 일상적으로 움직이는 행동에는 에너지 소모가 적다. 기본적인 생명 유지 활동이기 때문이다. 에너지의 소모량이 큰 경우는 크게 움직이거나 강렬하거나 집중할 때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상적인 생활 수준의 활동은 운동이 되지 않는다. 운동이 되려면 일상생활 이상의 강렬한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활동량이 줄었는데도 먹는 양을 그대로 유지하면 잉여 에너지가 살로 축적된다. 움직이지 않으면 먹는 양을 줄여야 에너지가 쌓이지 않는다. 쉬는 날은 절대로 먹는 양을 줄여야 하는데 반대로 더 먹게 된다. 뇌가 몸을 충전하는 시간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때 이전의 상태로 돌아 가려는 회귀 본능이 작동한다. 이것을 통제하려면 회귀할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으면 된다.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으면 뇌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
에너지는 생존 유지 활동에 사용된다. 음식을 획득하고 안전한 주거 공간을 확보하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용된다. 중요한 에너지임에도 필요 이상으로 축적되면 문제가 일어난다. 오래도록 사용되지 않는 에너지는 자신이 살인 줄 알고 머물러 살게 된다. 어떻게 해서든 체외로 배출해야 한다. 근육을 움직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에너지를 소모하기 위한 노력이 근육을 통해 배출되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