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격한 공감을 일으켰던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스승이 어린 장그래에게 이런 말을 한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도, 데미지를 입은 후에 회복이 더딘 이유도, 실수한 후 복구가 더딘 이유도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다” 체력을 길러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현실의 난관 앞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다. 좌절과 상처 입은 마음에서 빠르게 회복되기 위해서다. 실수를 털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자신을 일으켜 세울 체력이 필요하다.
눈과 바람이 어우러져 거리를 휩쓸던 매서운 겨울이었다. 자신을 일으켜 세우려 안간힘을 썼다. 껴안은 작은 난로가 무색한 사무실에서 떨며 다짐했다. 부실한 체력은 난관을 이겨내지 못했다.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려면 강인한 체력이 먼저다. 중년은 더욱 그렇다. 오랜 세월 살아 남느라 많은 손상을 입었다. 건강한 육체로 재무장하지 않으면 새로운 삶으로 나가기 어렵다. 건강 하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 꾸준히 해야 효과가 생긴다. 저절로 체력이 떨어지는 중년은 일상 생활이 운동이여야 한다. 하루의 생활도 운동이 되고 일도 운동이 되는 유익한 근육의 사용이 필요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들 때까지의 모든 움직임이 운동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 간다면 삶 자체가 행복을 준다.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기면 자신감을 이끈다. 자신을 돕는 행위에서 남을 도울 힘이 나온다. 남을 돕는 일이 다시 자신을 성장시킨다. 오래 살아서 퇴화 되기 보다는 오래 살았기 때문에 현자로 살아 가야한다. 현자의 삶 역시 육체의 건강에서 온다. 현실에 저항할수록 강인한 근육이 생긴다.
쿠팡 물류센터의 노동은 체형도 마음도 바꾸어 놓았다. 살 빼는 게 최고의 성형이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그랬다. 얼굴의 윤곽부터 몸의 곡선까지 전부 바뀌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얼굴이 달라졌다고 한다. 훨씬 젊어 보인다. 뱃살도 빠졌고 체중도 13kg나 빠졌다. 89.8kg에서 76.6kg으로 가는데 6개월이 걸렸다. 첫 3개월에 11.8kg이 빠졌고 두번째 3개월에 1.4kg이 빠졌다. 빈번하게 요요가 왔지만 부단히 극복했다. 지금은 10년전 바지를 입고 다닌다. 허리가 너무 작아 보여 아내 청바지인 줄 알고 입지 않은 적도 있다. 옷을 입는데 핏이 살아났다. 젊을 때의 존재감이 회복됐다. 일상이 운동이 되는 삶이다. 체력이 있어야 꿈을 꿀 수 있다. 꿈은 꿈꾸고 있어야 이루어진다. 꿈을 이루기 위해 당장 체력부터 길러야 한다. 쿠팡 물류센터는 체력을 키우는데 적합한 피지컬 센터다.
육체가 맞닥뜨리던 도전에서 자유로워졌다. 각종 성인병, 신진대사증후군, 뇌 근육통, 위염, 관절염, 신경증, 복부 팽만, 담 결림, 허리통증, 무기력증, 불안장애, 대인기피증, 자학, 분노, 우울증, 불면의 증상이 완화되거나 사라졌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되지 않는다. 기회가 있을 때 시간이 있을 때 시도해 보지 않는 자는 성장할 수 없다. 정작 하고 싶을 때는 나이가 가로 막고, 건강이 가로 막고 여러가지 이유가 가로 막는다. 안하는 일에서 못하는 일이 될 때는 심한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만약 지금 특별하게 하고 있는 일이 없다면, 있다고 해도 주말을 활용할 수 있다면, 쿠팡 물류센터에 도전해 보길 권한다. 일용직이니 언제든 포기할 수 있다. 일을 하다 말고 귀가하는 사람도 있다. 한계에 부딪혀 보면 지금 보내고 있는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다.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면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다. 삶이 주는 의미가 달라진다. 제약된 환경이 자신을 온전한 사람으로 성장시킨다.
노동이 운동이 되는 삶으로 인해 삶의 내용이 풍부해졌다. 평생의 숙원이던 뱃살도 빠졌다. 무엇보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근육이 강화됐다. 변함없이 땀 흘리고 있을 때 담당이 멋쩍게 다가왔다. 나이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정년에 해당되어 이번 달까지만 출근 하라고 연락이 왔단다. 잠시 머물 생각이었다. 정년이라 일할 수 없다고 하니 당혹감이 들었다. 정규직의 명예퇴직에 이어 일용직의 정년퇴직이다. 나이를 먹으면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다. 규칙이 그렇다면 따라야 한다. 여기는 외국계 회사니 규칙이 엄격하게 적용될 것이다. 일용직인데 정년이라니 의아하긴 하다. 노동 강도로 보면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의미도 있을 것 같다. 일을 할 수 있어서 좋았고 운동 삼아 할 수 있어 좋았다. 열심히 산다고 해서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건 아니다. 희망을 놓지 않는 한 새로운 길은 다시 열릴 것이다. 다져진 근육만큼 강인해 진 정신력으로 극복해 나갈 것이다.
이곳에서도 다시 떠나야 한다. 이전의 직장에서도 떠날 때를 알고 떠났다.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이는 아름답다. 미련은 남아도 후회는 없는 생활을 하고 싶다. 힘껏 일해 봤으니 미련이 남지 않는다. 힘들면 쉬어 가는 그늘진 나무가지처럼 쿠팡은 곁을 내줬다. 재충전의 시간을 주었다. 자신의 꿈을 향해 다시 날아 오른 사람들처럼 날아 올라야 한다.
지금까지 실업자로 존재한 적이 없다. 물론 실업보다 열악한 상태에 있기도 했지만 언제나 현역의 근로자였다. 시화공단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컨설턴트로서 도시재생관련한 컨설팅을 진행중에 있다. 다음 달에는 강의도 3개가 잡혀 있다. N잡러는 힘든 직업이다. 여러가지 일을 해도 수입이 적다. 그럼에도 다행으로 여긴다. 하고 있는 일 중에는 희망을 놓고 싶지 않은 일도 포함되어 있다.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 행복을 준다.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있는 건 없다. 사회가 내주지 않는 자리에 대해, 나이 먹어 가는 것에 대해 계속해서 거슬러 오를 것이다. 상품으로 가득 찼던 곳에서도 공간을 창조해 냈 듯이 자신이 머물 공간을 만들어 낼 것이다. 강인한 근육이 그것을 가능케 할 것이라 믿는다.
살아 가는 모든 순간이 의미 있고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