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축복빛나 Oct 21. 2019

Ep 18.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다

내가 기억하는 아빠의 모습은 단언컨대 단 한 사람뿐이었다. 

다른 친구의 아빠나 TV에서 보이는 다른 아빠의 모습은 그저 나랑은 관계없기 때문에 보고 흘렸는지도 모른다. 


어릴 적 나는 그렇게 아빠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판단하고, 기억하는 순간부터 성장기의 모습을 종합해보면 아마 그렇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우리 아빠는 일반적인 가장의 모습이었던 것 같다. 가장으로서 이것저것 안해 본 일이 없으셨고, 가장으로서의 고민은 늘 그런 아빠들과의 술한잔으로 비우셨다. 그러곤 취해서 늦은 시간 귀가하면 가장이 짊어진 책임의 무게만큼 가족들이 공감해주고 이해해주기를 바라셨던 것 같다. 그 시절 아버지는 ‘내가 열심히 일하고 힘든 만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반비례 한다’는 공식 속에서 살고 계셨다.  

자연히 크고 작은 부부싸움도 잦았다. 자식들은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엄마의 편이었다. 점점 가정에서의 아빠의 자리는 위태해졌다.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어릴 적부터 남몰래 간직해온 꿈은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었다.

어릴 적 내가 정의 내린 ‘좋은 아빠’는 ‘우리 아빠처럼 살지 않는 것’이면 충분했다.

아빠라는 의미를 단 한 줄로 정의내리고 그렇게 아빠에 대한 별다른 고민도 없이 30년이 지났다.


어느새 나는 아빠가 되어 있었다. 

나는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묻어두었던 어릴적 우리 아빠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 내었다. 

그리 좋은 기억은 아니었지만, 그게 나에겐 꼭 필요했다. 

내 기억속의 아빠의 모습과 딱 반대로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쉽게 생각했었나보다.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고, 어느 순간 무섭도록 내 아빠가 했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그렇게 하고 있는 내 자신이 있었다. 


좋은 아빠는 

직접 고민하지 않고, 직접 부딪히지 않는다면 절대 될 수 없다.

그러기에 지금도 고민하고, 부딪히면서 희노애락을 느끼고 있다면 좋은 아빠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전 16화 Ep 17.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