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축복빛나 Oct 21. 2019

Ep 19. 마음 다잡기

워킹맘으로 살던 엄마들이 아이를 낳고 힘들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자신이 쌓아온 커리어들이 한 순간 물거품이 되는 것 같은 경험을 할 때일 것이다. 

당당하게 거리를 누비며, 회사에서도 인정받는 어느 한 자리를 담당하던 사회인이었는데, 어느 순간 집에서 애와 함께 하는 일이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나는 그런 얘기들을 기사를 통해서나 각종 블로그 글을 통해서 볼 때면 막연히 ‘그럴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또 가정불화의 원인으로는 서로 간의 역할 차이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오는 것도 있다. 남편은 아내의 집안일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고, 내가 직장에서 겪은 힘든 일에 대해 아내가 이해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아내는 남편의 직장일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고, 힘든 집안일에 대해서 남편이 이해해 주길 바란다.

너무 극단적인 정의일 수도 있으나, 그 사이에서 서로 간의 믿음과 신뢰, 배려가 흔들리는게 아닐까. 

나는 온전히 직장일도 해보고, 온전히 집안일도 해보면서 느낀 점은 둘 다 각자 만의 어려움과 힘든 부분들이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일이 가장 힘들게 느껴진다. 그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배려해야 한다.

나는 직장일을 할 때는 사실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게 힘들겠지만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막상 내가 온전히 집안일을 해보니 이게 리얼하게 와닿도록 말로 풀어서 표현하지 못할 힘든 일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말로 얘기하면 별거 아닐 것 같은데, 이게 막상 해보니 정말 힘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만약 집안일이 직장일보다 편했다면 더 만족도가 높아야 할 텐데 이게 하면 할수록 몸이 아픈 데가 하나 둘 생기고, 심적으로도 자존감이 점점 떨어지는 느낌이 들고, 기분은 좋을 때보다 쳐져 있을 때가 더 많아졌다.


어떨 때는 하루 정도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누워서 보고 싶은 영화나 예능을 보면서 푹 쉬어보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그런다고 에너지가 충전되거나 아픈 몸이 나아지거나 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더 피곤해지거나 마음은 더 불편해졌다. 

그렇다고 매일 매일을 그렇게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싶지도 않았다. 

사람의 기분은 롤러코스터 같아서 어느 순간 다시 오르막길을 오르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마냥 그 순간을 기다리기에는 내리막이 찾아오는 순간들이 더 많거나 길다는 것이 문제였다. 마음을 다잡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 필요했다. 


그럴 때 내가 했던 방법은 일단 평소와 같은 일상은 탈피하려고 했다. 

그리고 하루의 일이 나에게 작은 성취감을 줄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했다. 

그리고 현재의 내 삶이 지금의 평범한 일상이 나에게 소중한 순간임을 깨닫는게 필요했다. 


먼저, 짧은 다큐나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면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감동적인 영상들이 많이 있다. 이 때, 슬픈 영화는 아무래도 비추천이다. 정작 눈물을 흘리는 순간은 짧은데, 러닝 타임이 너무 길기 때문에 더 피곤해 질 수가 있다. 

1시간 이내의 스토리가 있는 짧은 영상을 보고 나면 세상이 달라보인다. 불치병에 걸려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사람의 얘기, 암 말기 판정을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사는 청년의 얘기 등 영상을 보고 나면 어제는 아무렇지 않았던 일상이 오늘은 다 감사하게 느껴지고, 그 속에서 작은 행복감과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다음은 신앙관련 서적을 읽었다. 성경책을 읽으면서 가슴에 와 닿는 문구를 통해서 심신의 치유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속에서는 스토리가 와 닿지 않는다. 그 문구를 통해 눈물이 날 정도로 심신이 치유되기 까지는 아무래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평소 좋아하던 신앙관련 서적을 두고, 반복해서 읽었다. 지난 번 읽으면서 밑줄 그었던 문장을 보면서 또 한 번 마음에 치유를 받곤 했다. 

치유를 받는다는 것이 아픈 마음을 알아서 치료해 준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가 스스로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나는 지금 왜 이렇게 힘들까?’, ‘어떤 생각이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걸까?’, ‘그럼 이제부터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에 대해서 차례대로 깨달으면서 격랑과도 같았던 마음이 잔잔해 지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정말로 극한의 훈련이나 몸이 너무 아파서 움직일 수 없을 정도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육체의 힘듦보다 마음의 힘듦이 지금 나를 무기력하게 하는 것이었다.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은 나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다. 


나의 육아휴직, 살림남으로서의 삶에서 나만의 극복방법을 찾지 못했다면 아마도 행복했던 기억보다는 불행했던 기억들만 더 가득했을 것이다.

이전 17화 Ep 18.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