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6. 분리불안

20년차 방송작가, SNS 신입마케터로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by 에코선셋마운틴

(지난 이야기의 결말에 이어)

2차는 갔지만,

수업에는 지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평일에 늦게까지 하는 술집이 없었던 덕분(?)에]


[SNS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과정]의 특장점 중 하나가 주차지원이 안 된다는 것...

그래서 버스를 타고 봄을 만끽하게 되었다는 말이 무색하게


빠르고 정확한 대중교통의 성지 '서울'과 다르게

보통 15-20분은 기본, +@는 덤이었던 경기도의 버스 배차간격에 지친 나는

센터에서 도보10분 거리의 공영주차장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인정한다... 의지의 한국인)


첫 수업 '창업의 이해'와 '창업의 구성요소'에 이어

이번에는 더욱 심도있는(!) 이론 수업, '마케팅의 기초''디지털 마케팅의 이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만 지루할 수 없으니까, 수업 내용을 약간만 공유해보자면,


1900년대 초반, '좋은 제품은 저절로 팔린다'고 믿었던 '생산지향적 시대'를 지나

2000년대 이후 '디지털 마케팅의 시대'가 오기까지 마케팅의 역사적 발전과정도 살펴보고

마케팅의 기획요소인 SMART원칙에 대해서도 배우고

마케팅의 최신 트렌드도 알아보고

애플, 나이키, 코카콜라, 스타벅스, 당근마켓 등의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분석도 해보았다.


혹시 KPI(핵심성과지표)ROI(마케팅 투자 수익률)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

마케팅 전공자와 현직 마케터들에게는 익숙한 단어일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를 즈음에,

문과감성의 말랑한 문장들이 나를 사로 잡았다.


"마케터는 호기심과 다양성을 가진 사람들"

음식, 음악, 여행, 독서 등 다양한 세계를 탐험하길 좋아한다

새로운 자극에 열려 있다

결론을 내리지 못하더라도 고민과 생각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힘을 얻는다

매력적인 브랜드만큼이나 제각각 자기다움을 가진 사람들이다

각자가 담당하는 브랜드와 닮아 있는 경향이 있다


뭐야!! 바로 나잖아??? 마케터로서의 기본 소양은 일단 합격인데?

그래, 나는 기업에 기회를 만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하며, 수익의 단비를 내리는 ‘레인메이커’가 되고 싶다.


반가움과 안도의 시간도 잠시,


두번째 과제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다음 스타트업들이 어떠한 문제점 인식을 바탕으로 창업하였을지 생각해 보세요.]

야나두 / 토스 / 당근마켓 / 배달의 민족


오늘도 역시 빛의 속도로 과제제출을 마치고, 서둘러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내가 수업끝나기 무섭게 3초 컷으로 짐을 싸서 귀가하는 이유

경기도 버스의 배차간격을 못 참고, 도보10분 거리의 공영주차장을 찾아내서

자차 통학을 하는데는 사실 이유가 있었다.


바로, 나의 반려견 '산이'

우리집에 온지 두 달 된, 6개월차 아기 파티포메라니안 '산이'는

두 달동안 내 옆에 찰싹 붙어 '배변훈련'과 '분리연습'을 하다가

[SNS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과정] 시작과 동시에

(남편이 재택근무를 하는 날을 제외하고는) 다섯시간 정도를 집에 '혼자' 있게 되었다.


아기를 집에 혼자 둔 엄마의 마음이란 어떤가,


후다닥 가서 점심 맘마도 챙겨줘야 하고,

어디를 물어뜯거나, 사고를 치진 않았는지

쉬야랑 응가는 화장실과 배변패드에 잘 성공했는지... 초조함과 궁금증 투성이!


내가 집에 있을 때는 나만 졸졸 따라다니는 '엄마껌딱지'란 말이다.


산이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노즈워크'에 간식도 숨겨두고,

혼자 심심할까봐 움직이면서 놀아주고 자동으로 간식을 내뱉는(?) 로봇도 사줘봤지만...

작동과 동시에 무서워서 짖고 난리가 나서, 내 빈자리를 대신하진 못했다.


하지만 우리의 천재견 '산이'

나 없는 시간을 짖거나 낑낑거리지도 않고 제법 씩씩하게 지내왔으며

쉬야와 응가도 화장실과 배변패드에 높은 확률로 잘 해내고 있었고

큰 말썽이래봤자 현관 물어뜯기, 화장실 휴지 거실에 물어다 놓기 정도에 불과했다.



문제는 '산이'가 아니라

산이와 '분리불안'을 겪고 있는 '나'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5. 개강식과 축하파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