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다고 Mar 11. 2024

웃음의 거리

표정, 그 솔직함에 대하여

1. 감정의 기복


마음에 품은 감정이나 정서가 겉으로 드러나는 생김새. 표정(表情)의 사전적 의미다.


어릴 적부터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생활기록부에는 감수성이 예민하다는 평가가 기록되어 있는 나다. 그만큼 감정의 변화에 직접적인 반응을 하는 성격이라는 뜻이다.


나는 그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지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것이 무슨 잘못인가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얼굴에 드러나고 행동으로 연결되면 손해를 보는 상황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따라서 감정이 상황을 주도하도록 방기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불편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은 표정 관리로 연결되고, 얼굴에 드러나는 분위기는 대부분 일종의 연기가 되었다.



사진 출처 : google



2. 까르르 웃는 얼굴들


한 타임의 수업을 마치고 식사를 하는 시간. 나는 어머니가 정성껏 준비해 주신 도시락을 10분 만에 해치우고 산책을 하는 것에 재미를 붙였다. 오늘도 10분 컷에 성공하고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거리를 걸었다.


 학원 아이들이 삼삼오오 무리 지어 편의점에 다녀오며 깔깔댄다. 손을 흔들자 멀리서부터 달려오며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아이들. 문득 그 얼굴들이 환하게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별다른 꾸밈을 하지 않았는데도 어떤 연예인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그 순간, 나는 부족한 실력이 들통난 연기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3. 어른이란 무엇일까


희로애락(喜怒哀樂) 중에서도 즐거움은 가장 연기하기 어렵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니까 웃는 얼굴은 그만큼 솔직한 감정의 표현일 것이다. 그토록 깊고 충만한 것이 있는데 어른이라는 이유로 거짓 표정을 지으며 살아가는 것이 무척 애달팠다.


아이들은 어제도 웃었고, 오늘도 웃고 있다. 내일도 웃을 것이다. 그들도 언젠가는 가면 뒤에 본심을 숨기고 가짜 웃음을 지으며 살아갈 날이 올 것이다. 빛나는 얼굴은 퇴색하고 눈가에 진 그늘을 가리기 위해 화장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 그들이 최대한 많이 웃고 빛나는 얼굴을 더 오래 간직하고 있기를 바란다. 나의 가르침과 손짓이 그들의 미소에 일분일초를 더해주기를 희망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아이들에게 웃음을 지어 줬다. 잠깐이지만 무척이나 행복했다. 그저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냈을 뿐이었다. 우리들의 심리적 거리는 웃음으로 한 걸음 더 가까워짐을 느꼈다.


표정. 겉으로 드러난 감정이나 정서의 모양. 나는 소망한다. 그것이 아름다운 날들이 더 많아지기를.



작가의 이전글 감정의 속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