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림의 장편소설, 마음이 무거운 이야기
연초에 선물 받은 책, 주말에 가볍게 읽기 위해 집어 들었는데 내용이 그렇게 가볍지는 않다.
어느 날부터 어두운 이야기를 회피하게 되었는데, 특히 어린 학생들의 어려운 환경에 관한 주제는 공감하기 참 어렵다. 머리 속에 자꾸 그런 환경들이 그려져서 마음이 아파서 그런가 보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중학생 아이는
문제집을 무게는 800그램, 무게로 치면 150원어치로 바로 계산할 줄 아는 환경에 놓여있다.
수학여행을 갈 수 없고, 주 3회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폐지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그런 환경.
그런 환경에서 소환된 악마는
"그냥 모른 척 눈을 감아. 다들 그렇게 사니까"하며 밀당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소설의 마지막은 잘 마무리가 된걸까? 잘 모르겠다.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현실의 벽이 너무 높게만 느껴진다.
소설이 가볍지 않다고 이야기한 건, 읽다 보면 소환되는 인물들, 드보르자크부터 마르크스의 경제학 철학 초고 내용, 밀레의 그림, 케인스의 이야기가 소설에 녹여 들어 있다. 그 의미를 찾기 시작하면 이 소설이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71페이지 내용, 대비효과와 21세기에도 있는 이삭줍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되는 비유
"장프랑수아 밀레가 21세기를 살았다면 "폐지줍는 사람들'을 그렸을 거다. 그가 허리를 숙인 여인들을 화폭에 담은 1857년 이래 거의 두 세기가 지났지만 세상엔 여전히 허리를 숙이고 뭐라도 주워 보려는 사람들이 많았고, 정인도 그 중 하나였다."
바로 전 읽은 기묘한 미술관 책에서도 나온 중복된 내용, 이삭을 줍는 가난한 여인들 뒤에 풍성하게 쌓아 올린 수확물, 말을 탄 채 수확을 감시하는 농장주를 대비효과라는 단어로 잘 표현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