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 살아가는 하루가 나를 살린다

나는 왜 울지 못했을까? 나는 왜 배고픈 걸 무시했을까?

by 단월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날들. 아이를 품고 살아남았지만 그 후에도 삶은 여전히 낯설고 버거웠다. 그런데 아이를 돌보는 하루하루가 반복될수록 나는 이상한 감각을 느끼기 시작했다.


분명히 아이를 위해 한 일이었다. 시간 맞춰 젖을 먹이고 잠을 재우고 감정을 살피고 기분을 읽고. 그런데 그 루틴 속에서 어느 순간 나도 밥을 제때 먹고 피곤하면 눕고 감정을 표현하게 됐다. 아이는 울고 웃고 소리쳤고 나는 그에 반응했다. 그 과정이 거울 같았다. 나는 왜 울지 못했을까? 나는 왜 배고픈 걸 무시했을까? 아이가 나를 가르쳤다.



아이를 살리기 위해 돌보는 과정에서 나는 비로소 나를 돌보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전에는 밥을 넘기기 어려운 날이 많았는데 아이가 먹는 모습을 보며 나도 조금씩 먹게 됐다. 잠드는 것이 무서운 날도 있었는데 아이 옆에 누워있다 보면 눈이 감겼다.


이전에는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아이의 체온을 느끼며 그의 숨결에 귀 기울이며 나는 사람이 사람을 살린다는 말의 의미를 조금씩 이해해 갔다.

육아는 단순한 책임이 아니었다. 그건 매일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나에게도 스며든 생존의 기술이었다.


나는 여전히 서툴다. 아이 덕분에 나를 돌보는 연습을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나는 지금 살아 있다는 감각을 얻는다.


엄마로 살아가는 하루는 결국 나를 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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