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말고 살아줘

나도 누군가에겐 유리알 같은 존재였구나

by 단월

내가 세 아이를 키우며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는 “조심해”이다. 혹여 아기가 무엇인가 입에 넣을까 봐, 넘어질까 봐, 다칠까 봐 늘 곁에서 지켜보며 입에 달고 사는 말. 특히 갓난아기 시절이는 나의 온 감각이 아이에게 집중된다. 숨은 잘 쉬고 있는지 손발은 따뜻한지 너무 춥진 않은지. 바람 한 점도 막아주고 싶은 그 마음은 과장이 아니라 진짜다.

그렇게 아이를 유리알 다루듯 돌보는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유리알 같은 존재였구나.”

나는 한때 나를 하찮게 여겼다.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더 깊은 어둠 속에선 이렇게까지 믿게 되었다.

‘어쩌면 사람들은 내가 사라지길 바랄지도 몰라.’

하지만 이제는 내 품에 안긴 아기를 보며 단호히 말할 수 있다. 그 어떤 사람도 죽어 마땅한 사람은 없다. 나도, 당신도, 모두가 누군가에겐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이었을 테니까. 내가 내 아이를 이토록 소중하게 돌보고 있는 이 마음이, 내 부모가 나를 품었을 때의 마음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나는 참 많이 울었다.

회개라는 단어를 조심스럽게 떠올린다. 그 깊은 죄책감이 아니라, 부모님의 사랑을 몰라주고 외면했던 시간에 대한 눈물. 결국엔 살아 있어서 다행이라는 부모님을 향한 진심 어린 고백.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이렇게 다시 사랑을 배워가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사라지지 말고 살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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