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나를 베고, 말이 나를 일으켰다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무기, 말

by 단월

부서장의 말은 칼날이었다.
정확히는 날마다 날을 바짝 세운 비수였다.


"야"

"한심한 것"

"너랑 말도 섞기 싫으니 문서로만 보고해"


말 한마디가 스치면 그날 하루가 무너졌고
말 한 줄에 나는 존재를 부정당했다.

그 말들은 꽤 오랜기간 내 안의 ‘나’를
조금씩 그러나 확실히 죽이고 있었다.
자존감도, 용기도, 존엄도
그 말들 앞에선 남김없이 무너졌다.

그 시절 나는 말문을 닫았다.
말을 해도 공허했고
어떤 위로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든 언어가 벽에 부딪히듯 튕겨 나갔다.

그런데
어느 날 아주 낯선 상담사의 말이
심장에 내리꽂혔다.

“나도 그랬어요. 죽고 싶었죠.
농약을 항상 소지했고
여러 번 마시기도 했고요.
하지만 긴 세월 지나고 보니
그때 안 죽고 두 아들 키워낸 게
내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이더라고요.
꼭 해보세요.
엄마.
엄마가 되어보세요.”



그 말은 위로가 아니었다.
그녀는 나를 설득하거나 감싸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삶을 건너온 고백을
조용히 꺼내놓았을 뿐이었다.

나는 그 말 앞에서 멈추어 마음이 무너졌다.
그 순간 ‘엄마가 되어 살아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은
동앗줄처럼 내 마음에 박혀
나를 다시 붙잡아 주었다.


말은 칼이 되기도 하고
구조선이 되기도 한다.
지금의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구조선이 되고 싶다.
나처럼, 아무 말도 들리지 않던 시기에
불쑥 꽂혀버리는 말.
그저 내 고백 하나가
누군가의 동앗줄이 되어줄 수 있다면.

“나도 그랬어요. 죽고 싶었어요.
그래도 살아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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