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괴물이 되기 직전, 멈춘 순간
분노로 향하던 걸음이, 아이의 두 마디에 멈췄다.
그날, 우리는 상처 대신 서로를 안았다.
첫째가 또 동생에게 소리를 지르기에 그만하라고 했다.
세 번의 기회를 주었지만 행동이 바뀌지 않아 결국 엉덩이를 한 대 찰싹 때렸다. 글로는 다 나타나지 않는 감정싸움이 있었다.
"엄마 나빠!"
아이는 식탁 구석에 가서 뒤돌아 엉엉 울었다.
분에 못 이겨 식탁 의자를 내동댕이쳤다. 그 의자가 바닥을 구르며 멀리 밀려갔다.
그 모습을 보고 아이도 순간 멈칫한 듯 보였다.
"아, 이게 아닌데…"
뭔가 잘못됐음을 눈치챈 듯 하지만 이미 울음과 자존심에 갇혀 상황을 수습하긴 어려웠다.
나 역시 그걸 알아챘다.
그렇다고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도 억눌렀던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야!"
소리를 지르며 아이에게 성큼성큼 빠르게
다가가던 그 순간—
아이가 양손을 앞으로 뻗어 세게 흔들며 소리쳤다.
"아니야! 아니야!"
기겁한 표정, 구부정한 몸, 바들바들 떠는 온몸…
그 모습은 마치 엄마가 아닌,
공포스러운 괴물이 다가올 때의 반응이었다.
그 순간, 이성이 돌아왔다.
나는 아이들이 힘들거나 진짜 괴물이 다가와 무서울 때 기대고 싶은 엄마이지, 나 자신이 아이들에게 공포를 주는 괴물이 되고 싶지 않았다.
"의자 이렇게 하려고 한 거 아니지?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아이를 꼭 안았다.
"엄마가 소리 질러서 미안해."
서로를 안은 채로 내가 우는 소리를 듣던 아이는 금세 울음을 그쳤다. 오래갔을 울음이 뚝 끊겼다.
그 순간, 꼬인 실타래 같던 감정이 사르르 풀려버렸다.
그 상태에서 나도 계속 소리를 질렀다면, 우리는 잠들 때까지 서로를 물고 늘어지며 지치고 상처 내는 말들을 주고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 그 순간 나는 아이 덕분에 내 화를 인식했고 멈췄고 사과했다. 긴 악순환의 꼬리를 싹둑 끊어낸 순간이었다.
그날 밤, 아이는 내 품에서 금세 잠들었다.
나는 한참 동안 그 작은 등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아이의 두 마디가 나를 멈추게 했고
그 멈춤이 우리 하루의 끝을 바꿔놓았다.
분노로 내딛던 발걸음 대신
서로를 끌어안는 선택을 할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