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나는 조금 더 소중하게 간직했다가 나중에 읽을래

따뜻한 씨앗이 잘 자라도록 비바람을 막아주어야겠다

by 단월


늘 사랑을 건네던 아이에게
처음으로 ‘답장’을 썼습니다.
그 작은 편지 한 장이 전한 울림은
생각보다 더 깊고 오래 남았습니다.


늘 아이가 먼저였어요.

포스트잍에 손글씨를 꾹꾹 눌러
"엄마 사랑해요", "엄마 고마워요"
그 마음을 편지처럼 접어 내게 건네주던 건
항상 아이 쪽이었죠.

그 종이를 받을 때마다 저는 웃었고
감동스러웠고 또 고마웠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아이는 이렇게 마음을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데,
정작 나는 한 번도 답장을 써준 적이 없구나."

그렇게 처음으로
아이처럼 종이를 꺼내어
나도 꾹꾹 눌러 적었어요.
평소보다 천천히
아이의 방식 그대로.
글을 써서 곱게 접고
숨을 고르고 나서
조심스럽게 아이에게 건넸어요.

아이는 편지를 받아 들고
제 눈을 말없이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갑자기,
저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그 순간,
가슴이 벅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어요.

울컥한 마음을 누르며
살짝 물었어요.

“답장을 받으니까 기분이 어때?”

아이는 조용히 말했어요.
“감동이야, 엄마.”

그리고는 편지를 꺼내서 읽어보겠느냐는 내 말에
이렇게 말했어요.

아니, 나는 조금 더 소중하게 간직했다가 나중에 읽을래.”

그 한마디가,
정말 모든 걸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감정을 즉시 소비하지 않고
소중하게 아껴두고 싶다는 아이의 말.

6살 유치원생 아이가
줄넘기보다 감정 표현을 더 좋아하고,
종이 한 장에 담긴 마음을
‘감동’이라 말할 줄 아는
그 섬세함이 놀랍고
아름다웠어요.

그날 밤, 아이는 편지를 조심스럽게 펴보았어요.
제 글씨를 확인하더니
다시 곱게 접어 두었어요.
그걸로 끝이었지만
그건 정말 ‘끝’이 아니라
우리가 주고받은 마음의 시작이었어요.

나는 다시 생각했어요.
이 아이는
마음이 참 예뻐요.
감정을 표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그 표현을 기쁨으로 여겨요.

그런 아이를 키우는 나는
이 마음이 상처받지 않도록,
너무 일찍 꺾이지 않도록
지켜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남자아인데 너무 예민하면 안 되지'
'너무 섬세해서 어떻게 살까'
그런 생각은 내려두기로 했어요.

대신,
이 따뜻한 씨앗이 마음속에서 잘 자라도록
비바람을 막아주는 울타리가 되어줄 거예요.

물론 온실 속 화초처럼 안에만 가두지는 않겠지만,
아이 스스로 그 따뜻함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때까지는
조금 더, 곁에 머물며
지켜주고 싶어요.



"감동이야, 엄마."
그 말 한마디로
오늘 하루의 수고가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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