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옆에 있어줘

스스로 잘하는 아이 뒤에 숨어 있던 진짜 마음

by 단월
토스트만 구워주면 다 된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아이가 정말 원했던 건,
그걸 먹는 순간 곁에 있어주는 엄마였다.

https://brunch.co.kr/@64cbf73ed2a2400/39

(위 8화에 이어서)


계란 토스트를 구워 아이에게 내주고 나서
나는 자연스럽게 주방으로 향했다.
늦은 밤이었지만 아직 정리되지 못한 것들이 있었다.
토스트 만든 재료들, 저녁 식사 후에 미뤄둔 설거지.
하나씩 마무리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작은 불 하나만 켜둔 주방,
아이는 그 앞에 앉아 토스트를 잘 먹고 있었다.
나는 안심했다.
‘이 아이는 혼자서도 잘하니까.’
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몇 번 주방과 거실을 오가던 중,
어느 순간 아이가 큰 눈망울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얼른 아이 옆에 앉으며 물었다.
“토스트 맛있어?”
그때, 아이가 조용히 말했다.

“엄마, 왔다 갔다 하지 말고 내 옆에 있어줘.”

그 말에 나는 순간 멈췄다.
‘토스트는 구워줬고, 나는 내 할 일을 마치러 간다’
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나를
그 한마디가 단숨에 멈춰 세웠다.

이 아이는 둘째다.
오빠도 있고, 동생도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늘 스스로 하려 하고
독립적인 모습을 보여줘서
나는 자주 잊는다.
이 아이가
이제 겨우 세 번째 생일을 지난
아직 정말 어린아이라는 것을.

깜깜한 밤, 불 하나만 켜둔 주방에서
작은 손으로 토스트를 들고 엄마를 기다린 아이가
그 사실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고무장갑을 벗고 말했다.
“설거지는 내일 하자.”

그렇게 아이 옆에 앉았다.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
아이가 느꼈던 감정,
기분 좋았던 순간, 속상했던 순간.
그 모든 것을 조잘조잘,
아이는 스스로 풀어냈다.

그 겁먹은 눈망울은 사라지고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아이는 항상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징징거리며 말하진 않았지만,
늘 마음속으로 내 자리를 비워두고 있었다는 걸.

배도 부르고, 마음도 채워진 아이는
이불속에 누워 금세 잠들었다.
그런데 잠들기 전,
땀을 식히려 부채질을 해주던 내게
이 아이가 조용히 말했다.

“엄마, 부채질 잠깐 멈추고 이리 와봐.”

나는 고개를 가까이 내밀었고,
아이는 내 볼에
“쪽—”
하고 뽀뽀를 해주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어머, 고마워. 엄마 정말 행복해~”
그랬더니, 아이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다시 부채질해줘.”

이 아이는
사랑을 숨기지 않지만,
과하게 표현하지도 않는다.
요즘 말로 하면 MBTI의 대문자 T랄까.

그런 아이가 먼저 다가와 보여준 감정.
말보다 진심이 먼저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08화엄마, 배고파서 잠이 안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