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제스처가 말해준 사랑의 순간
혼내는 순간에도 사랑을 느낀다는 아이의 말.
불안했던 내 마음이 조금은 안도할 수 있었던 밤.
“엄마가 너를 사랑하는 게 느껴져?”
내 물음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곧바로 대답을 이어주지는 않았다. 대신 입을 다문 채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제스처를 하기 시작했다. 양손으로 나를 가리키고, 두 팔을 활짝 벌렸다가 꼭 안아주는 동작. 아이가 말하고 싶었던 건, 내가 그를 안아줄 때 사랑이 가장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나는 장난처럼 “아니지?” 하고 물었더니, 아이는 곧바로 팔로 X표를 지었다가, 다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 아니다, 맞다, 아니다, 맞다. 가위표와 동그라미를 오가며 몇 번이나 반복했고, 그때마다 우리는 서로를 꼭 안아주었다. 장난처럼 보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아이의 마음이 내 품에서 분명히 확인되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렇게 따뜻할 때만이 아니라, 내가 소리를 지르고, 혼을 내고, 규칙을 세우며 엄하게 대할 때도 아이는 나의 마음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엄마가 화내고 혼낼 때는 기분이 어때? 그럴 때도 엄마가 너를 사랑한다고 느껴져?”
아이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머뭇거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믿을 수 없어 몇 번이나 다시 물었다. 그래도 대답은 똑같았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최고”라는 제스처까지 했다. 혼낼 때 엄마의 사랑이 최고라니. 말이 안 되는 것 같아 웃고 말았지만, 아이의 표정은 진심에 가까워 보였다.
나는 아직 확신하지 못한다. 내가 아이를 혼내는 순간이 언제나 아이의 성장을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순간의 짜증과 화풀이가 섞여 있는지. 그래서 늘 조심스럽고 불안하다. 하지만 아이는 그런 불완전한 모습마저도 사랑으로 받아들여 주고 있었다.
어쩌면 아이는 내 행동의 옳고 그름보다, 그 속에 깃든 마음을 먼저 읽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말로만 전해지는 게 아니라, 꾸짖음 속에서도, 안아줌 속에서도 스며드는 것일 테다.
나는 여전히 답을 찾는 중이다. 하지만 오늘 아이가 들려준 고백은 내 마음을 한껏 덮어주었다. 혼내는 순간에도 사랑을 느낀다는 그 말 덕분에, 불안했던 내 마음은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