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바스락

김밥

by 디브엄마

아침 헬스를 다녀오며 바람은 차갑지만

어딘지 모르게 뼛속을 파고들진 않는다

봄의 느낌은 몸을 가볍게 하며 기분이 좋아진다

주차장의 통로를 지나칠 때쯤 그 흔하디 흔한 수분이

말라빠진 갈색 나뭇잎이 바람에 밀려와 직직 소리를 내다 내 발 옆에 멈춰 선다

봄의 기운이지만 갈색 나뭇잎은 가을의 느낌을

내 머릿속에서 끄집어낸다

학생들이 하교하고 난 초등학교의 운동장은 너무나 한가로이 고요와 공허만이 맴돈다

느지막이 하교하는 몇몇 학생들의 대화에 이어 까르르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고 뒤 운동장의 수돗가

에서는 가을 운동회의 막바지 연습으로 혼잡했던

곳이 이리저리 물이 튀어 스며드는 수돗가와 흙먼지 위에 남아 있다

가을 운동회는 항상 엄마만 찾아 올뿐이었다

엄마마저도 안 올까 봐 걱정 한가득인 초등학교

2학년 아이는 점심 김밥이 뻔할걸 알면서도

엄마를 기다린다

저쪽 학교 앞산 그날에는 이미 여러 명의 엄마들과

친한 그룹의 아이들이 돗자리를 펴고 앉아서

치킨과 김밥 콜라를 먹고 있다

엄마는 동생과 나를 뒤쪽 사람들이 없는 구석진

운동장으로 데리고 갔고 역시 돗자리를 펼쳤다

엄마가 싸온 김밥은 하얀 쌀밥에 짭조름한 소금간이 되어 있고 참기름 향은 살짝 스쳐 지나가서

날듯 말 듯 했고 밀가루 섞인 핑크 소시지와 단무지만이 들어 있었다

흙먼지 뒤집어쓴 땀범벅 동생은 맛있게도

잘도 먹지만 먹으면서 자꾸 곁눈질로 혹시나

친구들이 와서 초라한 김밥을 보고 놀리지나 않을까 주위를 살피는 나의 모습은 달랐다

김밥과 물을 점심으로 먹고는 오후의 행사도 보지 않고 엄마는 바로 돌아가셨던 것 같다

지금의 난 자주 김밥을 싼다

나의 아이들에게 친정 엄마의 초라한 김밥이 아닌 멋진 김밥을 보여주고 아이들 또한 너무 좋아한다

아빠의 첫 기일에도 김밥을 말아서 도시락통에

담아 아빠 산소에 올렸다

'왜 그렇게 밖에 못했어요?'

'좀 신경 좀 쓰면 안 됐나요?'

내가 엄마한테 무언중에 하고 싶은 말었을까?

이제서 얘기하는, 얘기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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