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유독 빨개지는 볼은 나 자신을 깊이
감추고 드러나 보이지 않게 감싸고 또 감싸야했다
최대한 남의 눈에 띄어 보이면 안 되기에 행동, 말투
옷차림을 튀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지내야 했다
학교에서도 내가 아는 답이었지만 만약 손을 들어 발표를 했다면 친구들과 선생님은 나를 쳐다볼것이고
그럼 난 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를 거야...
같은반 학생들은 '저 애는 왜 얼굴이 빨개질까 왜저래?' 놀림의 대상이 되겠지...
머릿속으로 차례대로 주욱 나열이 되었다
이 모든것들이 일어나는 불상사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발표를 하면 안 돼!
너도 나도 발표하는사이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얼굴이 빨갛고 거무잡잡하지만 그래도 나름 오목조목한 외모로 어느 누구 하나 예쁘다 말을 해주면
화들짝 놀라서 얼굴이 빨개지기 전에 고개를 숙여 버린다
제발 나에게 관심갖지 말기를...
그리곤 집에 돌아와 혼자 거울을 보며 나의 외모를 재평가하는 시간을 수도 없이 갖는다
오페라의 유령처럼 하얀 얼굴의 가면을 쓰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남동생의 마른버즘에 바르는 스테로이드연고를 얼굴에 바르고 잔 다음날이면
그렇게 뽀얗고 하얘진 얼굴이 너무나 행복했다
다만 하루였지만 그약이 어떤 성분인지 나에게 어떠한 해를 끼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18살 생일엔 친구들이 어떤선물이 갖고 싶냐고 물었을때 콤팩트라는 화장품으로 나의 빨간 얼굴을 가릴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고 오목조목한 이목구비의 얼굴은 예쁘게 빛을 발했다
결혼을 하며 육아와 일을 병행했고 시간은 없었다
또 한 번의 가면을 생각하게 된다
빨간 얼굴을 가릴 수 있는 화장품이 좋았지만 이젠
화장하기가 너무 귀찮고 번거로워 화장이 되어
있는 마스크를 누가 발명하지 않으시는지 위대한 발명가가 눈을 뜨시길 기다렸다
퇴근을 하고 와서 화장이 되어 있는 마스크만 벗어 내면 참 편하고 좋겠다
물론 화장을 안 하는 게 가장 베스트지만 그럴 수 없는 빨간 피부의 소유 자니깐
2년이 넘게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살고 있다
예전엔 동네슈퍼에 갈 때나 쓰레기 버리러 나갈 때에도 화장을 하고 나가야 하나 고민을 해야 했다
지금은 마스크 하나로 끝이다
이렇게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너무 활용적인건 없다고 본다
가끔 마스크 쓰는 걸 깜빡하고 나갈 때가 문제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