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라면

-낭만과 추억으로 먹는 맛

by 행복반 홍교사

주말 동안 아이들과 함께 한강 눈썰매장을 다녀왔다. 아침 일찍 유부초밥도 싸고 아이들 과자와 음료수를 챙겨 넣고 가족 모두 부지런히 집을 나왔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눈썰매도 탈 수 있는 것이 참 좋았고, 빙어잡이와 잡은 빙어로 튀김을 만들어 주신다니 맛있게 얌냠 맛볼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물론 다녀오면 늘 그렇듯 나의 체력은 방전이 되지만, 아이들이 눈썰매도, 빙어체험도 모두 재미있었다는 말을 들으면 또 힘이 불끈 나는 엄마이다.


나는 그중에서도 눈썰매장을 나와서 한강에서 먹은 한강라면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사실 집에서도 끓여 먹을 수 있는 일반 봉지라면을 편의점에 비치된 라면 끓이는 기계에 넣고 끓여서 밖에서 먹는 것에 불과한데도 이게 또 아주 별미다. 물론 2개를 끓여 아이들이 먹고 남은 것을 조금 먹긴 했지만, 집에서 먹는 라면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어디에 누구와 있느냐는 정말 중요하다.

음식은 추억으로, 분위기로 먹는 것 같기도 하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건 그 공간의 냄새와 함께한 사람들의 온기, 그리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서 음식을 밀어주고, 기다려주고, 상대방을 바라보며 웃음 짓는 건 배려와 돌봄이 더해진 것일 테다.


음식 찌꺼기나 흘린 음식들을 먹기 위해 비둘기들이 줄줄이 매점 근처를 서성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할 이야기가 많다. 소리도 지르고, 왜 저렇게 다니는지 궁금한 호기심을 표현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한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콧물도 줄줄 흐르지만, 개의치 않고 뜨거운 라면 온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호호~ 불어 먹으면 그 맛은 배가 되고 기분은 업이 된다.


집순이에, 게으른 모드가 탑재되어 있는 나는 여간해서는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기분전환 삼아 밖으로 나온다는 말이 사실 많이 와닿지는 않는다. 집이 제일 편한 것을, 편한 집에서 마음 편하게 쉬는 게 제일 좋은 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을 키운다는 건 내가 하고 싶지 않지만 하게 되는 일들이 하나, 둘씩 늘어간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걸음에 내 발걸음을 맞추고, 아이들의 이야기에 내 마음의 속도를 늦춰서 귀를 기울이며, 빠르지 않지만 구석구석 보지 않았던 것들을 천천히 바라보게 되었다.


그것이 나에게는 참 귀한 경험이 된다. 삶의 기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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