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메뉴는 닭날개조림

-들어간 정성에 비해 먹을 게 없는 느낌

by 행복반 홍교사

이번 주 내내 아이들과 방학 생활을 하는 중이다. 특별할 거 없는 일상이지만 아이들과 하루종일 함께이기에 무언가 느슨한 계획 또한 필요하고, 그 와중에 나만의 시간도 넣어야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나만의 시간은 사치이고, 아이들이 다른 것에 집중하는 시간 가운데 나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껴 넣어야 한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누워만 있어도 잠이 스르르 온다. 요새는 아이들 재우러 들어가면 나도 같이 자버린다. 자려고 하는 게 아닌데, 베개에 머리를 대면 그렇게 잠이 쏟아지는 건 내가 하루를 알차게 살아냈다는 단 하나의 증거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왜냐하면, 육아는 하루종일 정성을 쏟아도 아무런 증거(?)가 남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리 성과가 안 날까 싶게 해야 할 일들만 가득가득 쌓일 뿐, 무언가 나이스한 결과물은 보이지 않는다.


이번주는 아이들과 함께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눈이 온 날은 공원으로, 추운 날은 복합 쇼핑몰로, 어린이 박물관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종횡무진 다녔다. 그렇게 평소 같으면, 학교와 유치원 갈 시간에 우리 집 아이들의 관심사를 반영한 여러 가지 활동을 생각하고 함께 하다 보면 나는 에너지가 바닥이 난다.



닭날개 조림은 냉동 닭날개를 잘 구운 후에 간장 양념을 잘 발라 한번 더 구워준다. 사실 아주 복잡할 것 없는 요리이지만, 양념이 잘 벤 닭날개와 따듯한 밥을 먹으면 아주 맛나다. 거기에 나는 두부도 함께 내어준다. 아이들도 남편에게도 고단백 요리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닭날개는 살이 별로 없어 먹을 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에게 살을 발라준다고 비닐장갑을 끼고 닭날개의 살과 뼈를 발라내면 살은 고작 500원짜리 동전만큼 나오는 느낌이다. 들어간 정성에 비해 먹을 게 없는 느낌.


나에게 육아는 '닭날개 조림'이다.

가끔은 열심히 힘을 들여놓고는 한번 낸 화에 마음이 또 무너지기도 한다. 조그마한 인풋에도 큰 아웃풋이 있다면 참 좋으련만. 많은 인풋이 있어도 보이는 건 고작 500원짜리 동전만큼의 흔적들. 그마저도 잘한 건지 못한 건지 누구 하나 피드백을 해주지 않는다. 그냥 당연하게 또 하루를 보내고 내일은 또 같은 시간이 반복된다.


하나 확실한 것은, 아이들 자신이 할 수 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로 하루를 보낸 아이들의 오늘은 켜켜이 쌓여서 어떤 상황들 가운데서도 조금 더 단단한 아이들로 자랄 거라는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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