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둘째의 방학이 끝나고 유치원에 등원했다. 그동안은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여기저기를 다녔고 둘이 함께 모든 일정들을 소화했다면, 이제 각자 따로따로의 시간과 장소에서 생활하게 된 것이다. 둘째가 유치원 간 후에, 첫째는 방과 후 바이올린을 다녀와서 바로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오는 일정을 선택했다. 그리고 나는 첫째 끝나는 시간에 맞춰 기다렸다가 같이 학교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먹기로 했다.
우리 첫째는 핸드폰이 없으니 시계로 11시 50분까지 학교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했고, 나도 오전에 할 일들을 분주히 마무리하고 학교 앞으로 갔다. 눈발이 점점 세지는 것이 바이올린 들고 내리막길 내려 나오는 것이 힘들겠다 싶어 교문 앞에 바짝 서서 나오길 기다렸다.
'우산을 들고 올걸' 눈이 생각보다 펑펑 와서 식당까지 걸어가는 길이 쉽지 않겠다 싶었는데 아닌 게 아니라, 나오는 첫째의 머리에 눈에 금방 눈이 쌓이기 시작한다.
"우리 그냥 집으로 갈까? 눈이 많이 오네~ 식당까지 좀 걸어야 하는데."
"괜찮아~ 갈 수 있어!"
씩씩하게 괜찮다는 아이. 그래서 눈길을 뚫고 열심히 걸어 첫째가 좋아하는 생선구이집으로 들어갔다. 뭐 먹을래? 물으니, 갈치를 먹겠다는 아이.
'갈치가 제일 비싼데... 그래, 오늘 플렉스 하자. 오랜만에 첫째와의 데이트인데' 잠깐 고민했지만 갈치를 시켰고 음식이 나오자 정말 복스럽게 먹는 우리 첫째. 이런저런 얘기들도 나누고 생선 뼈도 발라주고. 참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나만 즐거우면 행복할까? 세상에 남이 즐거운 게 더 행복이 되는 사이가 있다면 아마도 부모와 자식 사이일 것이다. 내가 돈을 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쁨이 되고 기꺼이 대가를 지불하게 되는 사이.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부모들이 누리게 되는 큰 기쁨 중의 하나일 것이다.
사랑하는 아이와 눈(雪) 길을 걷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눈(眼)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 시간은 정말이지 큰 행복의 시간이 된다. 그렇게 추억이 또 하나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