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역할
첫째의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자신을 표현하기 부끄러울지언정 표현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나는 '표현'이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지금도 표현을 잘 못한다. 멍석을 깔아주면 있는 힘껏 쫄아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잘 내보이지 못한다. 그래서 내 매력을 상대방에게 잘 어필하지 못한다.
인간관계란 나만의 매력을 내가 잘 알고, 그걸 다른 사람에게 잘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일 텐데, 내 매력을 잘 알리지 못하니 학창 시절에는 새 학기 새 친구 사귀는 게 참 어려웠고, 결혼도 늦어졌다.
어른이 된 지금은 안다. 모든 사람에게 나를 알릴 필요도 없으며, 나를 알리고 싶은 사람에게 꼭 말을 유창하게 잘 해서 나를 내 보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이렇게 글을 쓰거나 내가 잘하는 것들을 열심히 하는 것도 다른 사람에게는 나를 알리는 또다른 방법이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알지만, 그 당시에는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잘 몰랐고, 잘 못했다.
하지만, 학생 때는 말을 잘하는 친구들이, 자기 욕심껏 다른 친구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친구들이 인기도 많았고 그런 친구들이 참 부러웠다. 어쩌면 저렇게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보여줄 수 있을까. 그것이 망가지고 웃긴 모습이라 해도 개의치 않고 말이다. 그래서 더더욱 그 친구들은 호감을 얻었다. 솔직함의 매력이랄까.
우리 둘째는 자기의 표현을 잘 하는 편이다. 어쩐지 애기 때 그렇게 목청이 크고 좋더니, 자신의 존재를 큰 목소리와 더불어 잘 나타내고 그래서 그런지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여 잘 어울린다. 그럴수록 항상 말이나 행동을 조심해야 함을 얘기해 준다. 아이가 스스로 조절하면서 더 적당한 선을 잘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잘 살아가고 있다.
나는 세심한 편이다. 그냥 쿨하게 놓아주어야 하는데, 하나하나 그 마음을 챙기게 된다. 요즘은 아이들보다 아이들의 일에 더 앞서 나가지 말자는 생각을 한다.
어제는 비가 오후에 왔다. 올거면 계속 오지, 조금 오다 말다 하길래, 아이들은 우산을 안들고 갔었다. 둘째 하교 때는 비가 오길래 우산을 챙겨갔었는데, 첫째 올때쯤 비가 안오길래, 괜찮겠거니 하고 있었다. 근데 첫째 걸어오는 시간쯤 비가 상당히 오는걸 보고 '아이쿠, 비맞고 오겠네' 싶으니 마음이 급해졌다.
우산을 집어들고 후다닥 나왔다. 저쪽에서 우산을 쓰고 걸어오는 아이가 보인다. 우리 첫째다.
"어? 첫째가 비맞고 올까봐 엄마 막 뛰어왔어. 어떻게 우산 쓰고 왔어?"
"응, 학교 우산. 선생님이 교무실에 있는거 빌려주셨어."
"아구, 너무 잘했네~~~"
"내일 우산 꼭 반납해야해~"
"그래, 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가져다 드려."
하나둘 아이의 세계가 넓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참 고맙다. '엄마 때문에!'라고 하지 않고, 알아서 방법을 찾고 대처하는 모습들이 많이 자랐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은 교무실 가져다드릴 우산이랑 첫째 우산 두 개를 들고 갔다. 조금 불편했겠지만 기꺼이 챙겨가는 아이가 대견하다.
나는 그저 아이들의 따듯한 안식처, 안전한 피난처가 되어주어야겠다.
오늘도 어제에 이어 날이 흐리다.
'학교 건강하게 잘들 다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