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성향에 따라서 행동이 느리기도 하고, 빠르기도 하다.
우리 첫째는 느린 편이고, 우리 둘째는 빠른 편이다. 그래서 아침에 참 웃긴 장면이 연출된다.
초등학교 1학년인 둘째가 첫째를 재촉하면서 집 안의 불을 소등하고 다닌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바로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시이다. 형아에게 옷 빨리 입으라고, 서두르라고 계속 얘기하는 통에 형아도 잔뜩 화가 난다.
덕분에 아침에 아르바이트를 가야하는 나는 조금 여유롭게 둘째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마을버스를 타러 갈 수 있기는 하다.
오늘은 항상 유치원에 느즈막히 오던 건강이(가명)가 나보다 일찍 와서 활짝 웃는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잘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큰 아이이다. 자유놀이 시간에 놀이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잘 찾아서 나에게 같이 하자고 제안한다. 그저 나는 건강이가 고른 놀이를 아이와 재미있게 하면 된다. 놀이도 얼마나 야무지고 똑똑하게 하는 지 모른다. 말로 표현하는 것이 조금 서툴 뿐, 생각은 여느 그 나이 때 아이들과 다를 바 없다.
게임을 봐주려고 한 적 없는데, 자꾸 내가 진다. 건강이는 자기가 이겼다고 두 손을 꼭 쥐고 두 팔을 펴면서 승리의 기쁨을 온 몸으로 표현한다. 건강이는 다 생각이 있다. 그저 조금 기다려 주고,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귀기울여 주면, 자신이 스스로 해야할 일들을 찾아서 한다. 화 내지 않고, 공격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말이다.
짦은 시간동안 함께 있는 선생님이지만, 건강이는 어쩌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수용받으면서 할 수 있는 경험을 하는 것이 좋은가 보다. 새로운 선생님을 좋아하는 아이라고 소개를 받았는데, 유독 나를 참 좋아하고 따른다.
'잘 자라라 내마음(윤아해 글, 이영림 그림)'이라는 동화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내 마음 속에는 마음나무가 있어.
마음 나무에는 예쁜 새도 살고 있지.
새 이름은 쑥쑥이야.
마음 나무가 쑥쑥 자라게 도와주거든.
나는 잘할 때도 있고 실수할 때도 있어.
하지만 내가 실수하거나 잘 못한다 해도 바보 같거나 나쁜 아이는 아니야.
키가 쑥쑥 자라는 것처럼 마음나무도 크고 튼튼하게 잘 자랄 거야.
모든 아이들은 자기 만의 마음나무가 있을 것이다. 그 나무에서 예쁘게 열매를 맺어 잎이 무성한 나무가 되기까지 주변에 도와주는 많은 어른들이 있다. 그 어른의 한 마디가 아이들에게는 빛이 되고, 물이 되고, 양질의 토양이 되어 쑥쑥 자라도록 도와줄 것이다.
아이가 홀로 살아나갈 세상은 많은 돌뿌리와 거친 바람도 있을 것이다. 꽃길만 있다고 말할 수 없음은 그게 우리들이 살아가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그 걸음을 기다리고 격려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이들은 조금더 단단하고 즐겁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잘 자라라, 아이들의 마음아.
잘 자라라, 나의 마음도.
아직도 두렵고 떨리고, 도망가고 싶을 때가 많은 중년 아줌마도 이렇게 용기내서 하루를 살아가고 있으니, 나보다 천 배, 만 배 더 멋질 너희들은 더욱 크고 단단하게 자랄 거라 믿어.
오늘도 방과후 시간에 맛난 빵을 만들어올 둘째를 기다리며.
오늘도 집중해서 공부도, 여러 활동들도 열심히 할 첫째를 기다리며.
믿고 기다리며, 있는 그대로의 너희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