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서 살아봤습니다-4
(스파르타)

This is Sparta!!

by AMAP

뭔가 일방적, 강압적으로 빡세게 교육을 시키는 걸 일컬어 '스파르타식 교육'이라 한다. 주로 입시학원 홍보용으로 많이 쓰이는 표현이다. 말로만 듣던 그 유명한 '스파르타(Sparta, Σπάρτη)'란 도시에 다녀왔다. 아테네와 더불어 그리스 폴리스의 원투펀치, 펠로폰네소스 전쟁 승리로 결국 그리스의 절대강자로 등극한 군사 강성대국, 영화 <300>의 주인공 레오니다스의 나라..등 입시학원 모토 따위로 퉁치기에는 역사가 용서하지 않는 전사의 땅이다. 남은 유적이 거의 없어 실망할 거라는 그리스 지인의 만류도 있었지만 그래도 스파르타에는 꼭 한 번 가봐야 할 것 같아 집에서 220km를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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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스파르타 고고학박물관, (중) 레오니다스 흉상, (우)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시내 중심부에는 고고학박물관이 있었다. 아테네 고고학박물관과는 달리 스파르타 리즈시절에 만들어진 유적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스파르타 자체가 검소하고 엄격한 사회였기 때문에 화려한 유물을 남기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자잘한(?) 유물들을 패스하니 가장 잘 보이는 정중앙 홀에 멋드러진 흉상 하나가 진열되어 있었다. 느낌이 온다. 스파르타가 자랑하는, 특히 영화 <300>을 통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스파르타의 자랑 레오니다스상일 가능성 99.%였다. 역시 그분이었다. 영화에서 "This is Sparta!"를 외치며 페르시아 사절을 구덩이로 차 넣던, 최강의 전사 300명을 이끌고 수십만의 페르시아 군대에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그 레오니다스 왕이다. 영화 속 Gerard Butler가 아니라 실제 스파르타 박물관에서 만나는 레오디나스라니!! 3시간을 달려오길 잘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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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아크로폴리스 가는 길의 이정표, (우) 아크로폴리스 정상에서 바라본 유적지와 스파르타 시내

스파르타에도 아크로폴리스가 있었다. 원래 아크로폴리스는 그리스 도시국가의 중심에 있던 높은 언덕으로 신전과 요새가 있었던 곳을 말한다. 파르테논 신전이 있는 아테네 아크로폴리스가 가장 유명해서 아테네에만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다른 도시국가에도 있었다. 부푼 기대를 안고 언덕 위로 올라가봤다. 음..아무 것도 없었다. 고대 극장과 아크로폴리스는 관리조차 부실하기 짝이 없어 유적들이 2천여년의 장구한 세월에 파묻힌채 흔적만 남아있었다. 극장은 이제 막 복원을 시작하는 지 출입금지 해놓고 인부 몇명이 풀을 뽑고 있다. 겨우 계단 몇개만 모습을 드러낸다. 왕년에 금송아지 깨나 키우던 스파르타는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나라였다.


지금 남은 건 별로 없지만 저 아래 스파르타 시내 뒷쪽에 보이는 웅장한 산세를 보니 스파르타의 당시 위용은 어느 정도 실감할 수 있었다. 안그래도 군사력도 강력한데다가 저 험준한 타이게토스산이 시내를 둘러싸고 있으니 누가 감히 침략할 수 있었겠나. 존재 자체가 천혜의 요새였을 것이다. 아, 타이게토스산 하면 또 가슴 아픈 일이 있지. 병약하거나 기형이었던 아이들을 저 산 어느 봉우리에선가 던져서 죽여버렸다는 일명 아포테타이(Apothetai, Αποθέτες). 당시 스파르타인들 참 잔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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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레오니다스 동상, (우) 무명용사 동상

스파르타는 레오니다스 동상으로 먹고 산다. 시내 중심부에 커다란 동상이 세워져 있다. 동상 기단에 몰론 라베(ΜΟΛΩΝ ΛΑΒΕ)라고 쓰여 있다. 테르포필레 전투에서 페르시아 크세르세스 왕이 가소로운 병력으로 맞서는 레오니다스에게 "무기를 거두면 돌아가도 좋다"라고 하자, 레오니다스가 "와서 가져가라((ΜΟΛΩΝ ΛΑΒΕ)"라고 했다는 유명한 구절이다. 시내 정중앙에 동상을 세워놓고 오며가며 레오디나스의 기상을 되새겨보려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주위에 식당가가 즐비한 광장에는 무명용사 동상이 있었다. 이 역시 옛날옛적 스파르타가 금송아지를 키우던 시절 나라를 위해 싸우다 장렬히 전사해 가는 병사를 표현한 것이리라. 일단 표정이 애처롭다. 강인한 스파르타 전사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평범한 남편이자 아빠같다. 쓰러지면서까지 조국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 같은 처연하고 비장한 표정이 비친다. 동상 아래에는 "조국을 위해 가장 먼저 달려와 오른손으로 칼을 휘두르는 병사는 얼마나 가치있는가"라고 쓰여있다고 한다(구글 sa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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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스파르타 기념품 가게 300, (우) 스파르타산 와인과 올리브 오일

획일화된 군국주의 때문에 눈에 띄는 건축이나 예술작품을 발견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전사들의 숨결과 발자국이 남아있는 스파르타에 다녀왔다는 자체에 만족한다. 게다가 오는 길에 '300'이란 이름의 기념품숍에서 스파르타산 와인과 올리브 오일까지 샀으니 이 또한 생각지 못한 즐거움이었다. 영화 <300>이 이 동네 살렸다.

오늘 여행 대박 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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