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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일기> 18년차이지만 이건 처음이예요!

by stark

월요일 아침,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옆반샘이 내 책상 위에 두고 간 단감이

칠판 앞 바닥에 떨어져 있고, 살살 갉아먹은 흔적이 있었다.

화요일 아침,

컴퓨터를 켜려고 문을 열었는데

책상 위에 있었던 귤을 반 정도 먹고 남긴 흔적과 함께

그 존재의 응가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퇴근 하기 전, 나는 비장한 마음으로

행정실의 도움을 받아

끈끈이 쥐덫을 설치했다.

(ai첨단시대 교실에 쥐덫을 놓다니…)


그리고 오늘 아침.

귀여운 우리반 아이들이 생포된 생쥐 구경 삼매경이다.

나는 내 인생에 기억에도 없는 생쥐를 맨눈으로 영접하고 단전의 힘을 모아 괴성을 한번 질렀다.

사체로 만났다면 삼남매 양육한 엄마로서 용기를 내 볼 생각이었는데,

아직 멀쩡하게 살아, 세상 불쌍하게 찍찍 소리를 내고 있는 녀석을 처리하기에는

아직 용기가 없었다.

(결국 행정실에서 처리해 주심)

이 와중에

귀염둥이들은 저 생쥐 우리가 키우면 안 되냐, 우유라도 좀 주면 안되냐……철없는 소리나 한다.

선생은 냉정하게

“앉아서 책 읽어요” 했다.


그 이후에도 나는 한 마리의 사체와 목숨이 붙어있는 쥐 한 마리를 더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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