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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ronto Jay Nov 13. 2022

참 단순한 나라- 단풍국 국기

이렇게 복잡한 입국 과정을 거치며 나는 "캐나다"라는 나라는 복잡한 나라, 어려운 나라라는 생각을 좀처럼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복잡함에 익숙한 내가 단순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그 단순함이 복잡하게 느껴졌다는 것을.


사실 이 캐나다는 지극히 단순한 나라였다.


나같이 어렵게 복잡하게 이 나라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또 다른 복잡하게 살아왔던 "한국인"들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이 나라에 들어오는 순간 단순해 지기 위한 연습을 하고 들어 오라는 것이다. 내가 복잡하게 이 나라에 들어와야만 했던 이유는 바로 나에게 있었다. 일단 입국 시 심사관이 왜 왔냐?라는 질문에는 있는 그대로만 딱 거기까지만 이야기했어야 했다. 아들 보러 왔다. 한 달 후 나는 내 나라로 돌아갈 것이다. 이렇게 말이다. 간단하지 않은가? 사실이고 말이다. 하지만 인정 많은 한국인들은 그렇게 간단히 끝내지 못한다. 정 많은 동방예의지국의 후손답게 이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나라에 내 아들이 공부하러 왔는데, 여기와는 다르게 한국은 자연환경도 좋지 못하고 공부하거나 직장 생활도 하기 힘들고 돈벌이도 쉽지 않아서 먹고살기가 힘들다. 한두 달 살아보고 정말 좋다면 아내와 아이와 이 아름다운 나라에 영원히 눌러살고 싶다.

캐나다나 미국 생활을 오래 한 분들은 벌써 감이 왔을 거다. 내가 왜 이민국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아야 했는지를. 바로 내쫓아야 하는 이유를 골라서 말한 거다. 나는 분명 당신네 나라가 살기 좋아서 왔다는 칭찬을 얘기한 거지만 이 사람들 입장에서는 내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살기 싫어 충분한 여력도 없이 이 나라에 빌붙어 살 수 도 있는 사람이고, 지금 들어오면 정당한 비자 없이 통제 안 되는 방법으로 불법 체류자로 눌러앉을 수도 있는 위험한 동양사람으로 비춰진다는 거다. 결국 네가 우리나라에 도움은 되지도 않으면서 바로 나가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니 입국을 허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내가 이야기해준 셈이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바로 이렇게 얘기하다 입국하지 못한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과도한 칭찬은 독이 된다. 나의 입국 이유는 단순해야 한다. 또 하나. 입국심사 시 정밀 조사실로 갈 경우 평범한 한국사람들의 조사 편의를 위해서 통역관을 붙여주기도 하는데 이것 또한 조심해야 한다. 내가 그랬다. 이것저것 불안하고 걱정되는 가운데 70대로 보이는 인자한 한국 어르신을 공항 조사실에서 만나게 되면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반가울 수밖에 없다. 나 또한 그런 마음에 또다시 필요없는 얘기를 그분께 하며 한번 봐줄 수 없나, 어떻게 하면 대충 둘러 대고 들어갈 수 없을까? 빼앗긴 물건은 사실 그게 아니고 어쩌고저쩌고.... 반가운 마음에 모든 것을 또다시 풀어놓는다. 하. 지. 만.

그분은 캐네디언이다. 들어오지 말아야 할 외국인을 더 정확히 골라내기 위한 분이라는 거다.

"나"를 위한 사람이 아니다. "캐나다"를 위해 일하는 분이다.

하지만 정 많은 한국인들은 이 어려운 곳에서 한국말로 인사하는 그분에게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부터 고향, 직업, 입국 이유 등 어떻게 해서라도 그분과 줄을 대 보려고 한다. 아주 복잡하게..... 정에 기대어..... 하지만 그분은 캐네디언. 즉 캐나다 사람이다.

결국 내가 이 나라에 들어와야 하는 단순한 그리고 명백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복잡한 사람이라는 것을 자백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이 두 개를 동시에 했으니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쓸데없이 있어 보이게 그럴듯하게 둘러 대며 복잡해지면 이 나라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가는 그때까지

참 힘들어짐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복잡한 사연 많은 사람이 되지 말자. 캐나다에서는 살기 힘들어진다.


이런 시간과 사건들을 겪으며 나는 캐나다의 단순함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선 이 그림이 무엇인지 아는가?


우리나라 사람 중 백이면 백 알리가 없다.

1967년까지 캐나다의 국기였다. 5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캐나다의 국기의 모습은 이랬다.


그리고 여러 정치적인 문제 이후 캐나다 탄생 100주년이 되기 딱 하루 전인 1967년 2월 15일에

캐나다의 국기가 바뀌었으니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이 국기이다.



우리가 알고 있듯 "단풍국"의 그 국기이다. "메이플 리프 플레그"

단순한 단풍 나뭇잎 한 장.


그리고 국민 투표에 의해 선택된 이 국기를 사람들이 선택한 이유는 딱 하나였다고 한다.


맞다. 우리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과 같다. 똑같다.

바로 "예쁘다" 였다는 것이다.


이 나라에 와서 느낀 단순함의 첫 번째가 바로 이 국기였다.

나는 아주 일반적인 한국 사람으로 어릴 적부터 어떤 중요한 일과 삶에는 깊은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배워 왔다. 절대 단순해서는 안되고 무슨 일이나 말을 하든지 그 안에는 깊은 고뇌와 사색 그리고 그것이 나타내고자 하는 중의의 복잡한 의미를 품고 있어야 된다라고 배워왔다.

단순하고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것은 인생의 깊이가 없고 "어리고, 성숙하지 못한 일"로 알아야만 했다.


우리나라의 태극기를 정확하게 그리고 그 의미를 지금 바로 말할 수 있는가.

중앙의 양과음 태극의 의미와 건. 곤. 감. 리 - 주역의 괘로 하늘땅 물과 불-의 오묘한 이치를 설명할 수 있는가?

우리는 제대로 하지 못하지만 그 의미는 대. 단. 하. 다라고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는 잘 설명할 수 없지만 그 깊은 의미로 인해서 그 자체로 깊은 뜻을 가진 의미 있는 상징물로 기억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럴 이유는 없지만 만약 만일에 아주 만약에 말이다. 우리가 만약 태극기를 대체하는 국기를 다시 선택해야 한다고 했을 때 그냥 "예쁘다"라는 이유 만으로 국기를 선택할 수 있을까? 가능한 일일까?


나는 지금 우리의 태극기를 비하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살면서 지극히 쉽고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것에 대한 "중요함" 혹은 :인정"도 있어야 한다 라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바로 이 캐나다에 와서 처음 느낀 점이기도 하다. 어려운 것 복잡한 것 깊은 사색의 의미가 있다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예쁜 캐나다 국기를 바라보며 캐나다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어떤 건지 친구 브라이언에게 물어봤다.

-이 친구는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백인 오리지널 캐네디언이다-


예쁘단다. 그래서 자부심이 있단다. 이 예쁜 국기를 지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 인가에 대한 애국심이 생긴단다. 예쁜 것을 지킨다. 나라를 사랑해야 하는 많은 의미 중 예쁜 국기를 지키고 싶다는 표현이 어리숙한 것이 아니라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날부터 나의 화두는 이 단순함을 좋아하는 캐나다에서 나와 다른 "단순함 찾기"가 되었다.

그리고 "복잡한 것이 중요한 것이다"라는 나의 생각을 비트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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