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소나무는
시원한 단비가 절실합니다.
촉촉한 땅이 그립습니다.
적어도,
차라리 자기 몸을 점점 타오르게 하는 이 불길만으로도 막고 싶습니다.
그녀의 유일한 친구는,
척박한 땅과 거센 바람과 조금이라도 멀쩡한 나뭇가지를 한 보따리 싸서 가져가는 마스크를 쓴 무서운 눈을 한 나그네일 뿐입니다.
어느 운이 좋은 날 몸에 붙은 불이 잠시 꺼져 고요함이 찾아올 때
그녀의 목소리가 가날프게 들릴 수 있을 때
바람에서 나그네에게
물 한 모금 이리로 가져다줄 수 있을까
촉촉한 땅을 이리로 조금 옮겨 올 수 있을까
힘을 내어 물어보고 싶을 때
저 멀리 한 소녀가 소나무의 곁으로 다가옵니다.
저벅저벅 걸어오다 소나무에 잠시 기댄 그 소녀를 위해
소나무는 바람에서 나그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바라고 바랍니다.
이 소녀의 이 짧고 고요한 시간이 잠시나마 천국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