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주춤 굽히고 돌돌 말린 레드카펫 앞굼치로 툭툭 풀어가며 두 팔 높이 들고 환호받는 상상 끝에 남는 것은 뜨거운 차 한 잔, 멜로디 없는 콘트라베이스의 연속.
퐁당퐁당 건너라던 징검다리, 무심코 무서운 마음에 아 초록빛이라면 마음 것 기절해버릴 텐데. 자꾸 이 리터를 매일 마시려 담아두니 볼록 무지개처럼 굽어진 전선 속에는 깜빡거릴 수 있게 하는 전기가 분명 흐를 텐데.
둥 둥 둥 둥.
콘트라베이스 조금 더 명확히 짚어주시면 되구요.
당신은 가만히 앉아계시면 되구요.
대구여 댁은 눈 뜨자마자 휴대폰 쳐다보면 댓구요.
바삭거리는 말린 과자 찔끔찔끔 씹다가 그만 입천장에 박혀버린 빛바랜 마카다미아, 점점 더 빛바래갈 뿐이구요.
애써 조심스런 마음으로 건네는 손수건, 박박 찢어 주머니란 주머니에 모두 나눠가진 다음 물감 가득한 바닥에 누워 마음껏 뒹구르고 난 뒤에 남는 것은 뚱 뚱 뚱 뚱, 아까보다 약해진 콘트라베이스.
참 말 잘 듣네.
코드 빼버리고 햇볕에 고스란히 말려 담임 선생님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당번이 되어 좁은 틈에 빠져 아무도 찾아와주지 않는 실핀의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