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제 무엇도 남지 않았다
당신 손에 들려 있는 건 가벼운 여행 위해 챙겨 온 비누 한 조각과 바스라거리는 낙엽 한 잎
맑고 투명한 계곡 만나 묵은 옷 빨고 햇볕에 몸을 맡긴다
당신은 아침에 우유를 마셨으며 우유는 입에서 식도로 무사히 넘어갔다 당신은 우유를 마셨다
케케묵은 상념
당신은 어딜 그리 바삐 가는가 이렇게 추운 날씨에 옷깃조차 여미지 않고 무얼 바라 어디까지 가는가
당신은 배가 고픈지요 어제 밤 빈 속에 걷고 또 걷고 비쩍 말라버린 허벅다리 언제 다시 차오를 건지
당신 이제 마음대로 하시라 고고한 마음 지키며 작은 보폭으로 나서도
갓 만들어진 소가죽 북을 사 찢어지도록 두들기는 것도 괜찮다
그대 멀리 가시길 그리고 그곳에 남겨두고 오시길
아직 여남은 온기 바라는 이들 이곳에 넘쳐나니 그들에게서 따뜻하지 않은 핫 아메리카노 이젠 빼앗고
단단한 사과 하나 움켜주길 나는 바랍니다
그들은 종종 걸음으로 도처 없이 떠도는 중입니다 흐린 눈으로 앞 조차 응시 않고 얼얼히 당겨오는 얼굴 어루 만지지도 않고 가끔 방긋 웃습니다 주머니에 손이 꽁꽁 묶여 고운 손 본지도 오래입니다
이제 다시 빈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고요와 침묵의 장
모두가 잠든 새벽 당신은 홀로 일어나 몸의 가장자리부터 손으로 쥐어보고 곳곳의 감각에 집중합니다
당신은 이제 밥을 먹고 충분히 걸어 지칠 때 쯤 벤치에 도착할 것입니다 잠시 묶이기도 하고 매듭은 쉽게 풀리고
그렇다고 매듭을 쉽게 풀지는 않을 겁니다 의자를 질질 끌다가 그래도 시간은 저 멀리
이제 당신은 어찌할건가요 이제 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