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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기쉼 Jun 26. 2023

멧돼지 퇴치작전

[만족감] want VS should

원시인이 사냥 중에 멧돼지를 만났다고 가정해 보자. 

멧돼지 몇 마리가 갑자기 공격을 해오면,
원시인의 뇌는 비상사태를 선포한다.

-내면소통(김주한, 2023) 中



원시인이 만났던 멧돼지처럼,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은 무엇일까?

사실, 너무 다양해서 나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와닿았던 예시는 직장과 학교였다. 직장에서 싫어하는 상사와 8시간 이상 사회생활을 하는 것은, 원시시대에서 멧돼지와 8시간 동안 대치하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입시를 위해 중고등학교 6년 내내 멧돼지와의 대치가 이루어진다.



나의 멧돼지는 무엇이었을까? 나에게 스트레스가 되었던 상황들을 하나하나 곱씹어보니, 멧돼지에 대입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나에겐 수많은 멧돼지가 있었다.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나 자신과의 대치였다.



나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평가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원래 에너지가 많이 없어서 쉽게 무기력해지는 데다, INFP인 성격 덕분에 집에 돌아와서도 그날 있었던 일들을 곱씹으며 후회하곤 했다. 게다가 지독한 평가중심의 가족문화에서 인정받기 위해 스스로를 굳세게 몰아붙였다. 



나는, 나 자신이라는 멧돼지를 앞에 두고 해야할 일들만 꾸역꾸역 해내면서 강박적으로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무엇을 위해서였을까?



스스로를 혹사시키는 일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건 결국 나를 위한 일이었을 것이다. 나는 프레임을 바꿔보기로 했다. 



'멧돼지'를 물리치자.
잘했든 못했든 평가하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 거 하자. 

 


강박의 고리를 끊기로 했다.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일, '옳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삶은 이제 버겁고 지겹다. 죄책감만 들고, 어차피 완벽하게 해내지도 못한다. 



그 대신하고 싶은 것을 즐겁게 해 보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완벽한 인간은 없다. 부족하더라도, 못났더라도 생긴 대로 살아야지 어쩌겠는가. 더 이상은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기로 했다. 무엇보다, 이젠 뭐가 '하고 싶은 지'조차 가물가물한 스스로를 보고 있자니 한심스러웠다.



그래서 내가 하는 행동들에 꼬리표를 붙여보기 시작했다. 이건 해야 하는 일인지,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인지 생각해 본 다음, "해야 한다"라고 생각되는 일은 무조건 한 번 더 살펴보았다. 그렇게 '하고 싶은'걸 하면서 사는 것을 연습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노력을 거듭하자,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가장 큰 변화는 만족감에 있었다. 이전에도 늘 하던 일인데, '하고 싶은지' 확인하고 행동하니까 이상하게 결과가 더 만족스러웠다. 내가 '원해서' 선택한 일은 과정도 더 즐겁게 느껴졌다. 



걱정했던 것만큼 큰일이 일어나지도 않았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행동들이, 누군가에게 피해가 되지도 않았다. 그저 24시간 중에 행복하다고 느끼는 시간이 조금 더 늘어나게 되었다.




나를 감시하던 멧돼지는 이제 일자리를 잃었다.

축하한다. 너희 집으로 가라! 다시는 만나지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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